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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소리 배뱅이굿 ‘이은관’ 편 (1) - 타고난 목소리
작성일 : 2022-12-06 조회수 : 712
(‘배뱅이 굿’ 중에서 “왔구나 왔어, 왔소이다. 배뱅이 혼이 왔구려”)

나레이션 // 다큐드라마 문화가 된 사람들.
서도소리 - 배뱅이 굿, ‘이 은 관’.
제1화, 타고난 목소리

나레이션 // 이 프로그램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구술 채록한 자료를 바탕으로
EBS가 오디오 자서전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강원도 이천에서 소리하며 놀다>

이은관 육성 // “내 고향은 강원도 이천이라고 38선 이북입니다. 근데 이천이 저 황해도하고 평안도하고 접경이라요. 서쪽이거든요? 그런데 내가 생겨난 곳은 이천군 이천면 산위에라고 아주 산골짜기입니다.”


#1. 1920년대 중반, 강원도 이천

(깊은 산골 아침 산새 지저귀는 소리)
(아이들 뛰는 소리)
아이 은관 // (헐떡이며 크게 소리하듯) 산중아~~ 나왔다~~
산중 // (크게 소리하듯) 은관아~~ 잘 잤냐?~~
아이 은관 // (노래하듯) 산중아~~ 노올자~
산중 // (노래하듯) 은관아~~ 노올자~
아이 은관 // (노래하듯) 산중아~~ 난 아침 먹으러 간다~
산중 // (노래하듯) 은관아~~ 잘 먹어라~
아이 은관 // (노래하듯) 산중아~~ 학교 갈 때 또 만나~
산중 // (노래하듯) 은관아~~ 이따 봐~~

(경쾌한 음악)
아이 은관 // 저는 이은관이에요. 1917년에 태어나 응석만 부리다가
여덟 살 때부턴 세상 젤 재밌는 걸 알게 됐어요.
아침마다 친구 만나서 인사든 뭐든 다 노래로 허는 거요.

아이 은관 // (자랑스럽게- 노래하듯) 산중아~ 나 음악 점수 ‘갑’ 받았다~
작문도 갑이구, 국어는 을인가?
산중 // (노래하듯) 은관아~ 그럼 산수는? 갑을병정 중에 뭐야?~
아이 은관 // 음... 몰라!
산중 // 정이구나! 큭큭. 나두 그래.
아이 은관 // 산수 점수가 뭐가 중허냐? 음악이 갑이잖어.
산중 // 응응. 그치.
아이 은관 // 우리 ‘장한몽’ 부를까?
산중 // 그래, 시작~
은관/산중 // ♫대동강변 부벽루에 산보하는 이수일과 심순애의 양인이로다♪

아이 은관 // 우리 외삼촌이 소리를 아주 잘했대요.
한쪽 유전자만 있냐, 그건 또 아니지요.
아버지야말로 목소리가 참 좋거든요.


<소리 좋은 아버지의 맏아들>
#2. 1920년대, 고향 이천의 산속

(산에서 나무하는 소리)
(일하면서 끙끙대는 소리)
아버지 // 은관아. 나무도 얼추 많이 베었으니, 잠깐 쉬었다 하자.
아이 은관 // 네! 아버지. 아버지~~ 쉬면서 노래 불러주시면 안 돼요?
가르쳐주세요~~
아버지 // 나무 베느라 힘을 썼더니 목소리가 나올라나 모르겠네.
(목청 가다듬고) 흠...흠....
♫이산, 저산, 양산 중에 산 높고 골 깊으니 여기가 청산마루로구나♫


10대 은관 // 목소리 좋고 기운 센 아버지와
가냘픈 어머니 사이에서 무려 9남매가 태어났지요.
누나 둘 다음에 제가 태어났으니 맏아들입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절 무척 귀여워하셨고
원하는 건 모두 들어주셨어요.
(시무룩) 그런데... 딱 한 가지! 이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십니다.


< 부모님의 허락 & 유성기로 소리를 익히다 >
#3. 1930년대, 이천, 이은관의 집

(미닫이 방문 열리는 소리)
소년 은관 // (진지하게) 아버지, 어머니. 드릴 말씀이 있어요.
아버지 // 들어와라. 그래 뭐냐?
소년 은관 // 저도 이제 졸업 앞두고 앞길에 대한 고민이 많거든요.
어릴 적부터 제가 소리허는 걸 좋아하고, 사실 잘하잖아요.
저.... 소리허구 싶어요!
어머니 // 아이~ 소리하면 집안 망한다는 얘기 못 들어봤니? 아휴, 안돼!
당신도 반대지요?
아버지 // (단호하게) 한마디만 허마. 소리는 안 된다!
소년 은관 // 왜요? 아버지 닮아 타고난 목청이라고 하셨잖아요.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해야지요.
허락해주세요. 네?
아버지 // 아이구 참. (못 이기는 척) 그래. 너 허구 싶은 대로 하라.


이은관 육성 // “그러니까 여섯 번을 내가 나왔어. 아버님 돈, 지갑에서 돈. 옛날에 시골에도 농이 있습니다. 지갑에다 돈 해가지고 농 속에 넣고. 그러면 얼마든지 냠냠하기 쉬워요. 그래 여섯 번을 나왔어. 잊어버리지도 않아요. 저 사리원도 갔고, 서울도 왔고, 또 뭐 가차운 데 왔다가 돈 떨어지면 들어가고. 그런데도 자식이 얼마나 귀엽게 생각했는지 욕 한 번 안 하시고.”


< 유성기로 소리를 익히며+ 초상집 다니며 부르던 소리 >
#4. 1930년대, 이천, 이은관의 집(사랑방)

(유성기 소리- 박춘재 ‘경복궁타령’)
약장수 // (전형적인 약장수 톤) “약 팔아요. 약이야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약장수가 아닙니다.
입맛 없어 하루 왼종일 한 숟가락도 넘기지 못하는 어르신들.
힘이 불끈불끈 솟는 이 약 한번 드셔봐.
자, 애덜은 가라, 애덜은 가.”
소년 은관 // 아버지, 저.. 약장수가 갖고 댕기는 저거...
아버지 // 뭐, 유성기 말이냐?
소년 은관 // 네, 저 유성기, 우리도 사면 안 돼요?
소리가 그럴싸하게 나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아버지 // (주저하는...) 저게... 비쌀 텐데...
소년 은관 // 아버지, 사주세요. 제가 소리 잘허려면 저게 있어야 배우지요.
네? 아버지~~~

10대 은관 // 1930년대에 우리 집 사랑방은 동네 노래방이 됐어요.
아버지가 사주신 유성기 덕분이야요.

(유성기 소리- 김종조의 ‘배뱅이굿‘)
아저씨 // 은관아, 이게 내가 사다 준 레코드판 소리냐?
소년 은관 // 네, 제가 젤 좋아하는 ‘배뱅이굿’이에요.
구해다 주셔서 감사해요. 아저씨!
아저씨 // 어차피 서울 댕겨오는 길인데, 뭐. 같이 들으니 좋구나.
소년 은관 // 자주 들으러 오세요. 제가 소리로도 직접 해드릴게요.
아저씨 // 은관이 너는 복을 타고났어.
목청 좋고, 부모가 소리 허락허고, 열다섯에 장가도 들고 말야.
아주머니 // 그래, 색시 뭐가 젤 맘에 드냐?
소년 은관 // 부끄럽지만... (망설이다) 목소리가 예쁘더라구요.
아주머니 // (웃음소리) 근데 벌써 산달 아니냐? 은관이 너두 돈을 좀 벌어야지.
소년 은관 // 안 그래도 잔치 가서 소리허곤 하는데, 그게 뭐 돈이 되나요.
아버지헌테 죄송하기만 허네요.

(이은관 ‘상여 소리’)

이은관 육성 // “그때 나이가 한 사십살이면 아주 할아버지입니다. 시골서 한 사십살에 돌아가시면 호상(好喪)이라 그래요, 호상. 동네 사람들이 모여가지고 아주 큰 잔치가 됩니다. 놀고, 소리하고, 먹고 아주 큰 잔치가 돼요. 근데 내가 그때만 되면 하도 저 소리를 좋아하니까 거기서 소리를 많이 했어요, 제가. 그 생각이 참 나더라고.. 그러면 무슨 소리냐면 어랑 어랑 어어야, 얼렁쿵 뚱땅해 다 팔아먹고 하얀 건달 되었네. 어랑 어랑 어어야, 갈 적에 보구서 올 적에 보니 보기만 하여도 만병이 든단다. 어랑 어랑 어어야, 얼렁쿵 뚱땅해 다 팔아먹고 하얀 건달이 되었네.”

<가요대회에서 소리로 1등했지만 레코드 취입에 실패하고>
#5. 1941년, 이천, 이은관의 집

청년 은관 // (신나서) 아버지~~ 저 왔어요~
아버지 // (급히 맞는) 그래, 은관아. 기다렸다. 가요대회서 잘 부른 게지?
청년 은관 // 잘 부르다 뿐이야요? 저 1등상 탔어요.
아버지 // (기뻐하며) 잘했다!
청년 은관 // 신문도 가져왔어요.
여기 보세요. 제 사진도 실렸어요.
(신문 펴는 소리)
아버지 // (기뻐하며) 잔치 벌여야겠다.
드디어 우리 장남이 1등을 해버렸구나!
청년 은관 // 그렇게 기쁘세요?
아버지 // 아무렴! 이럴 때 니 어무이가 살아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

20대 은관 // 1941년 2월, 스물다섯 살 때 이야기야요.

(이은관의 '사설난봉가')
20대 은관 // 신문사 후원으로 ‘철원 전조선 남녀음악콩쿨대회’가 열린다기에
단숨에 달려갔지요. 다들 유행하는 창가를 불렀지만
저는 <사설난봉가>를 했어요.
전 소리를 했는데도 워낙 잘하니 1등상을 준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전, 1등이 목표는 아니었어요.

아버지 // 그래 이제 니가 젤 원했던 거, 레코드 취입도 할 수 있는 거냐?
이은관 // (시무룩하게) 아니오. 박수도 많이 받고 재청도 받았지만
창가가 아닌 국악으로는 레코드가 팔리지 않는대요.

이은관 육성 // “그래가지고 이제부터 내가 소리를 좀 더 배워야겠다 하는 그런 생각이 있어가지고서 결국 소리를 배우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뭘 불렀는고 하니 <사설난봉가>라고 있어요.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요다지 곱게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요다지 곱게 왜 생겨. 무쇠 풀무 돌 풀무 사람 간장 다 녹인다. 아하 어여 어히야 디야 몽땅 내 사랑아.”


< 스승 찾아 황해도까지 >
#6. 1941년, 이천-> 황해도

(산새 소리)
이은관 // 덕수야, 나 레코드 취입은 못했다.
이덕수 // 포기한 건 아니지?
이은관 // (힘있게) 그럼! 소리로 인생 걸어야지!
이덕수 // 근데 여기 가만히 있는다구 뭐가 되냐?
이은관이 니 좋은 목소리 가지고
이 산골에 있어봐야 아무 소용 없다.
이은관 // 그럼 어디로 가? 서울?
이덕수 // 아니. 소리 배우려면 황해도 황주, 거길 가야지.
이은관 // (약간 망설이며) 황해도 황주라...

(희망찬 음악)
이은관 // (속마음) ‘그래, 내 목소릴 레코드에 남길 거야.
소리를 더 잘하려면 더 배워야 해!’

20대 은관 // 굳은 다짐을 하며 바로 황해도 황주로 떠났습니다.
걷고 또 걷고, 묻고 또 물어서 ‘권번’이라는 델 처음 갔지요.
소리와 악기, 춤을 가르치는 기생조합입니다.
찾아간 그 ‘황주권번’에
이인수 선생님과 사모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 마무리 코너- 덧붙이는 이야기 >

(징소리)

나레이션 // ‘덧붙이는 이야기’

(이은관 - 배뱅이굿)

나레이션 // 여러분은 지금, 오늘의 주인공인 서도소리 보유자 이은관 선생이 생전에 불렀던 <배뱅이굿>을 듣고 계십니다.

(이은관 - 배뱅이굿)

먼저 서도리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김경배 무형문화재 서도소리 배뱅이굿 보유자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김경배 // 남도는 육자배기 토리지만, 서도는 수심가 토리란 말이예요. 그래서 우리가 수심가를 하게 되면 새~~~~ 이러고. 일장은~~ 밀면서 떠는소리, 아까 잘게 떠는소리, 춘몽이~ 끼는 목이. 그다음에 또 대~ 부~ 이런 특징 목이 되어야만 되고, 이건 평안도 지방이고, 황해도는 넓게 때려 에헤헤헹 ~~ 에허이야
떠는 방식이 다르죠. 평안도 소리가 여성적인 어머니의 숨결의 소리라면, 산염불이나 남도 이런 소리는 황해도, 남성적인 웅장한 소리. 소리 차이가 달라요. 이런 두 가지 소리를 다 알고 있어야 배뱅이굿도 잘하고 서도소리를 잘 할 수 있어요.

나레이션 // 재담 소리는 재담과 노래가 섞인 형식으로
서도 지방에서 발달했습니다.
‘배뱅이굿’의 특징에 대한 김경배 보유자의 추가 설명입니다.

김경배 // 배뱅이굿이라는 거는 서도 판소리고 남도 판소리 식으로 비슷하게 같이 가는 거예요. 1인 혼자 나와서, 판소리는 북, 장구치면서, 북을 하지만, 우리 배뱅이굿은 장단, 장구로 치는 게 특징이에요. 그거밖에 없어요. 소리가 좀 다르고. 한 사람이 나와서 노래 부르고 발림하고 춤추고 아니리하고 이런 건 똑같아요. 똑같은 방식으로 가. 그렇지만 남도는 춘향가, 적벽가 이렇지만, 우리 서도는 배뱅이란 아가씨가 18세에 죽어요.

나레이션 // 시주를 나온 상좌중과 사랑에 빠진 최정승의 딸 배뱅이,
그러나 상좌중은 떠나고 배뱅이는 상사병을 앓다가 죽게 됩니다.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전국 팔도에서 무당을 불러 굿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평양 출신 건달 청년이 거짓 무당 행세로
횡재를 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완창하는데 1시간 30분이 걸리는 배뱅이굿에는 웃음과 울음을 자아내는 배뱅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나레이션 // 다큐드라마 문화가 된 사람들,
서도소리 – 이은관, 첫 번째 시간.
지금까지 극본 김정연, 연출 권윤혜,
출연 구자형 이서윤, 이기호, 전해리, 한만중, 김단,
음악 윤아성, 음향효과 이용문, 기술감독 조성도였습니다.

나레이션 // 이 프로그램은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의 제작비 지원,
국립무형유산원의 자료 지원으로 EBS가 기획, 제작하였습니다.
요약정보

타고난 재능만이 아닌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으로 고난에 굴하지 않고 일평생을 소리에 쏟아부어 서도소리 보유자와 배뱅이 굿의 대가가 된 이은관의 생애를 다룬 오디오 다큐드라마.

* 이 프로그램은 국립무형유산원의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채록사업’에서 확보한 자료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유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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