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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정담
전통음악을 만드는 말들
우리 전통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고래로 음악을 만든 이들이 전해지기는 하였지만 그들이 음악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우륵은 지역의 음악을 정리하여 가야금 12곡을 만들고, 방아 찧는 소리를 흉내 내어 백결선생은 <대악(碓樂)>을 만들었다. 세종이 조종 (祖宗) 공덕의 성대함과 건국(建國)의 어려움을 형용하기 위해 신악을 만들 때 기존의 고취악과 향악을 참고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전통 음악계에 전해져 내려오는 언어들에는 우리의 선조들이 어떻게 우리 음악을 새롭게 발전시켰는지 알 수 있는 흔적들이 남아 있다.
‘영산회상’에서 나온 전통음악 용어들
그리고 영산회상에는 영산회상 환입(還入)이라는 곡이 있다. 환입이란 말 은 “되돌아든다”라는 뜻이며, 앞의 영산회상을 조금씩 가락을 달리하여 다시 연주한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이 환입은 중국 송대에 건너온 보허자 (步虛子) 계열의 음악에도 많이 나타나는데 <본환입> 혹은 <미환입(尾還 入)>은 밑도드리, 세환입(細還入) 혹은 삭환입(數還入)은 웃도드리가 된 다. 이는 가락을 아래 위로 올리면서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진 예인데, 모두 환입이라는 말이 사용된 것은 그 음악이 보허자 환입에서 유래한 것들이 기 때문이다.
환입 계통의 음악 중 가락을 더는 것이 아니라 가락을 첨가하여 새로운 음 악을 만드는 예도 보인다. <쥐눈이콩도드리>와 같이 악곡에서는 ‘동동 징 징’ 하는 식으로, 한 음을 두 번씩 겹쳐 연주하거나 가락을 더 추가하여 색 다른 느낌을 주는 악곡으로 변모하도록 한 연주법이 보인다.
음을 ‘잇고’, 장단을 ‘엮고’, 가락을 ‘풀고 쇠고’
우리 음악에서는 모음곡의 경우 장단의 한배(빠르기)를 조절하여 새로 운 음악을 만드는 경우가 주요하게 사용된다. 가곡의 16박 기본 장단이 10박 장단으로 변하면 편장단(編長短)이 되는데, ‘편’은 촘촘하게 엮는 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장단이 축소되어 빠르기가 변하였다는 것을 의 미해 준다. 앞서 영산회상에서 가락을 덜어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경우 를 언급한 바 있는데, 이 경우 20박 한 장단의 <상령산>과 <중령산>이 10박 한 장단인 <세령산>과 <가락더리>로 축소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는 긴소리와 자진소리를 가지는 모든 민간 음악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대표적으로 <정선아라리>와 <엮음아라리>의 관계를 들 수 있다. 즉 어떤 음악이든지 “엮으면” 새로운 분위기의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을 엮을 수도 있지만 풀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음악이다. 물론 음악 적으로 정확히 반대의 개념은 아닌데, 전통 관악기 대금이나 피리 그리 고 거문고 음악에는 음악을 풀어 연주하는 악곡이 존재한다. 요즘 많이 연주되는 대금 상령산풀이는 영산회상 모음곡의 하나인 평조회상의 첫악곡 <상령산>을 한 옥타브(8도) 아래로 낮추고 한배 안에서 가락을 첨 가하여 본 <상령산>과 완전히 다른 듯한 음악으로 연주되고 있다. 거문 고의 경우 중광지곡 중 <상령산> <하현도드리> <타령> 등 일부분에서 원 가락을 변주하여 연주하는 해탄(解彈) 가락이 존재하는데, 바로 해탄 이 ‘풀가락’이며 원 가락을 풀어서 연주한 것을 말한다.
행진 음악의 경우 음악의 장중함을 배가하기 위해 가락을 ‘쇠기도’ 한다. 일명 쇠는 가락은 여민락(與民樂) 7장에서와 같이 피리의 뒷구멍 하나 만을 사용하여 높은 가락을 뽑아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음악적인 내 용으로 “쇤다는 것”은 높이 질러 연주한다는 뜻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산조(散調)와 같은 민간 음악에서는 기본 음조직의 핵심 음인 ‘청’을 다 르게 사용하여 ‘엇청’으로 갔다가 다시 본 ‘청’으로 돌아오게 하는 등 음 악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변화를 주기 위하여 가락의 전체 음고를 자유 롭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판소리에 등장하는 붙임새와 음조직 용어
엇붙임은 사설 한 행이나 선율선이 앞장단의 꼬리와 뒷장단의 머리에 붙어 있는 형태이며, 잉어걸이는 사설이 주 박을 매우 작은 시가로 밟고 나와 부 박에 소리의 강세가 나타나는 형태로 베 짜는 잉어질에서 그 말 이 나왔다 하며, 교대죽은 일명 ‘뛰는 교대죽(긴소리로 뛰는 것)’과 ‘주수 는 교대죽(주서 붙이며 뛰는 것)’ 두 가지로 나뉘는데, 고양이가 뛰는 모 양새를 빗대어 말한 것이라 한다. 완자걸이는 완자창의 모습과 같이 사 설을 제 박에 놓지 않고, 엇박으로 놓아 서로 걸려 있는 모습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한 가락을 만드는 방식도 시조목, 애원성, 호령조 등 다양한 음조직을 사용하여 왔다.
그러므로 다양한 붙임새와 음조직 등을 활용 하여 스승에게 배운 소리를 스스로 갈고 닦아 자신의 새로운 소리로 재 창조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① 여기서 대를 ‘한’으로 해석하면 이해하기 쉽다.
- 글. 이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