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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정담
나무에 혼을 담아 문자를 새기다
국가무형문화재 제 106호 각자장 김각한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목판에 한 자 한 자 정성스럽 게 글자를 새겨 넣는다. 장인의 손끝에서 ‘각자’의 세 계가 펼쳐진다. 나무판에 글자나 그림을 새기는 공예 를 ‘각자’라고 하며, 이러한 기능을 가진 장인을 ‘각자 장’이라고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06호 김각한 각 자장을 서울 방배동 공방에서 만났다.
오롯이 한 곳에만 집중하는 작업, 잡생각 없어져
“오옥진 선생님께 무조건 각자를 배우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이 길이 매우 어렵고 험난하다는 것을 잘 아시기에 선생님은 선뜻 허 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각자를 알아야겠다는 일념으 로 무조건 선생님을 따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세 계에 발을 들여 놓은 후 지금까지 왔습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각자를 시작한 그는 “늦게 배운 만큼 기술을 익히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컸으며, 날 새는 줄 모르고 작업에만 열 중했다”고 말한다.
“오롯이 한 곳에 집중해 글씨를 새기다 보니, 다른 잡생각이 안 나고 성격도 차분해졌지요. 오로지 한 분야만 파고들면서 실력도 나날이 늘어났습니다.”
3일간 공방 공개행사 열려, 장인과 소통하고 교류
‘나무에 숨을 불어 넣고 혼을 담아 문자를 새기다.’
어느 인쇄물에 ‘각자’를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서울 방배동 공방 에 전시된 수많은 각자 작품만 봐도 장인의 섬세한 손길과 깊은 예술혼이 느껴진다. 지난 7월에는 방배동 공방에서 ‘무형문화재 공 방 프로젝트’ 세 번째 행사로 ‘각자장 김각한 보유자 공개행사’가 열렸다. ‘무형문화재 공방 프로젝트’란 장인의 작업공간으로만 알 고 있는 공방을 누구나 찾으면서 우리 전통공예문화를 이해하고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다. 이번 공방 공개행 사에서는 각자장 작품 전시 및 제작 과정 시연과 체험 등 다양한 활 동이 펼쳐졌다. 김각한 선생은 “3일간 이어진 공개행사에 동네 주 민, 학생 등 많은 이들이 찾아와 배우고 소통하는 시간이었다”면서 “장인과 참가자가 한데 만나 각자를 매개로 교류해 매우 의미 있 고 보람도 크다”고 밝혔다.각자장으로서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그는 아직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각자’라는 전통 공예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어 “공개행사를 해 보니 사람들이 각자에 관심이 많고 전반적 으로 반응이 좋았다. 앞으로도 공개행사를 열어 사람들과 소통하 며 각자를 널리 알리고 싶다”며 “또 이수자들과 함께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재능기부를 하고자 한다.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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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판에 한 자 한 자 글자와 그림을 새기는 '각자'.
각자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어떠한 ‘잡생각’도 끼어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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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각한 각자장의 방배동 공방.
‘무형문화재 공방 프로젝트’ 세 번째 행사로 ‘각자장 김각한 보유자 공개행사’가 지난 7월 이곳에서 열렸다.
공개행사에서는 각자장 작품 전시 및 제작 과정 시연과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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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김각한 각자장.
김각한 각자장은 이 분야의 최초 보유자인 철재 오옥진 선생에 이어 2013년 2대 보유자로
지정받았다.
제자 양성하는 선생으로, 무거운 책임감 느껴
각자장으로서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그는 아직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각자’라는 전통 공예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전통 공예로 생 계를 유지하는 일, 즉 직업으로 삼기 어렵다 보니 각자를 배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 후 취미로 하려는 이들이다. 그는 “각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공예 분야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라 고 말한다.
오랜 작업으로 피로감, 단전호흡으로 건강 좋아져
“스트레칭과 깊은 호흡법으로 뭉친 근육을 풀고 나면, 막혔던 것이 풀 리는 기분입니다.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기 마련 입니다. 그때는 계속 쌓아두지 말고 풀어 줘야 합니다. 작업이나 강의가 없는 날에는 방에서 혼자 세상 편하게 누워 있습니다. 그러면 긴장이 풀 리고 피로도 사라집니다.”
기계도 이따금 기름칠을 해 줘야 잘 돌아간다. 아울러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심신을 재충전하면 인생이 더욱 풍성해질 게 분명하다. 지난 35년 간 걸어 온 ‘각자의 길’. 김각한 각자장은 자신만의 건강비법과 ‘전통의 맥’을 잇는다는 사명감으로 앞으로도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다.
- 글. 허주희 사진. 안호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