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글.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경자년
2020년 새해는 경자년庚子字 쥐띠해
‘경자(庚子)’는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로 연도를 표기한 것이다. 경(庚)은 십간 (十干)의 일곱 번째 방위로 서쪽, 오방색으로 흰색에 해당된다. 자(子)는 십이지 의 첫 자리로, 방위로 정북(正北)을, 달로 음력 11월을, 시간으로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를 말한다. ‘띠’는 사람이 태어난 해를 동물로 상징하는 것이다. 쥐띠 는 갑자(甲子, 靑), 병자(丙子, 赤), 무자(戊子, 黃), 경자(庚子, 白), 임자(壬子, 黑) 의 순으로 60갑자를 순행한다. 요즘같이 굳이 색깔로 이야기한다면 경(庚)이 오 방색으로 흰색에 해당되니, 경자년는 ‘흰 쥐띠’ 해다.
1.
만봉스님 作 십이지신도 중 쥐.
2020년은 경자년 '흰 쥐띠' 해다. 쥐는 옛부터 농경사회의 다산과
풍요를 상징해 유물이나 옛 그림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소장처: 국립민속박물관
2.
집모양 토기(가야).
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집모양 토기에는 쥐와 고양이가 장식되어 있다.
소장처: 국립김해박물관
유물 속 쥐 이야기
통일신라 이후 쥐는 십이지의 하나로 능묘, 탑상, 불구(佛具), 생활용품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신라 진덕왕릉 주위에 부조된 십이지는 엄숙한 의례용 갑옷에 천의를 입고 있는데, 그 중 정북방을 담당하는 자상(子像)은 다른 십이지에 비해 단아 한 형태의 갑옷과 부드러운 천의를 입고 있다. 또 흥덕왕릉의 십이지에서는 자상만이 유일하게 천의를 입고 있다. 고려시대 이후에는 무덤 현실 내부에 벽화로 그려진다. 개풍군 수락암동의 석실 고분벽화에 그려진 십이지 신상은 문관의 복색을 하고 있고, 그 관모 위에 쥐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또 파주 석곡리 고려 벽화묘에도 십이지 신상을 네 벽에 그려 넣어 무덤을 수호하게 했다. 고분 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맞은편(북벽)에 인물상이 있고, 그 인물상 관모 위에 쥐의 머리 부분이 그려져 있다.
쥐를 화폭에 담다
수박은 씨가 많다. 씨가 많다는 것은 다산과 풍요를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다산 왕’인 한 쌍의 쥐는 부부 사랑과 다산, 풍요를 나타낸다. 무와 당근은 《시경 詩經》 제1편 국풍 곡풍(國風 谷風)에 보면 부부의 백년해로를 상징한다. 무는 아래와 위를 다 먹을 수 있다. 쥐가 수박이나 무와 함께 그려진 그림은 부부애와 다산의 상징으로 읽어야 한다.
쥐는 미래를 예언한다
폭풍우 외에 집의 붕괴를 예견한 설화도 있다. 옛날 어느 부잣집에 쥐가 아주 많았다. 하인들은 쥐를 잡으려고 사방에 덫을 놓았다. 주인은 살려고 태어난 짐승을 함부로 죽일 수 없다며 쥐덫을 모두 치우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백 마리의 쥐가 서로 꼬리를 물고 집 밖으로 나갔고, 사람들도 그것을 보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갑자기 집이 폭삭 무너졌다, 결국 쥐가 사람을 살린 것이다.
3.
경주 전(傳) 민애왕릉 출토 납석제십이지상 중 쥐.
통일신라 이후 쥐는 십이지의 하나로 능묘, 탑상, 불구, 생활용품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장처: 국립중앙박물관
4.
초충도(草蟲圖).
조선시대 그림 중에는 쥐의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이 제법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초충도다.
소장처: 국립중앙박물관
쥐는 다산왕
그는 죽으면서 반드시 신라의 장군으로 태어나 고구려를 멸하겠다고 맹세했다. 왕은 기이한 생각이 들어 쥐의 배를 갈라보게 했는데, 그 안에는 일곱 마리의 새끼가 있었다. 그제야 점괘가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추남은 이미 죽은 후였다. 추남이 죽던 밤 고구려 왕은 신라 서현공(김유신의 아버지) 부인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왕은 후환을 없애기 위해 백석을 보내 김유신을 고구려로 유인해 죽이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런 이야기가 가능한 것은 왕성한 쥐의 번식력 때문이다. 쥐는 생태적으로 언제나 임신이 가능해 새끼를 배고 있다. 즉 언제나 임신이 가능해 실제 수를 맞히기가 어렵고, 그것은 결국 다산의 상징으로 통했다.
쥐 잡고 풍년 들었네
정월대보름 전날 밤에 농가에서는 쥐불놀이를 한다. 쥐불에는 논둑·밭둑의 잔디와 잡초를 태우는 쥐불놓기와 이웃 마을의 사람들과 어울려서 불싸움하는 쥐불싸움이 있다. 이날 마을의 아이들은 미리 횃불을 만들어 두었다가 저녁 때 달이 떠오르면 논둑·밭둑·냇둑에 불을 놓았다. 또 정월의 첫 번째 쥐날을 ‘상자일(上子日)이라 한다. 이날은 농부들이 논과 밭두렁에 쥐불을 놓는데, 이렇게 하면 해충을 제거할 수 있고, 불에 탄 재가 거름이 돼 땅을 기름지게 한다. 게다가 잡토를 깨끗이 태우듯이 쥐도 불과 함께 없어지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쥐를 쫓는 풍속으로 유월 유두 농신제 때 쥐에게 지내는 고사가 있다. 영호남에서 다소 한가한 때인 6월 유두에 밀떡이나 송편을 만들의 농신제를 지낸다. 그때 논둑에 꽂았다가 아이들에게 나눠 주기도 하지만, 그냥 뚝뚝 떼어서 논에 버리기도 한다. 떡을 논 가운데 던져 놓아 여러 해충들이 모이면 그것을 주워 태웠다. 구충을 통한 풍년의 염원이 담긴 것이다.
강강술래 놀이의 한 대목에 쥔쥐새끼놀이는 들쥐들의 모의 행렬이다. 들쥐들이 논두렁을 기어갈 때 반드시 어미가 앞에 서고 새끼들은 그 뒤에 꼬리를 문 듯 일렬로 뒤따른다. 그 모습을 본뜬 쥔쥐새끼놀이는 앞사람의 허리를 껴안고 일렬로 늘어선 대열의 맨 앞사람이 맨 끝의 어린이를 잡아 떼어내는 놀이다. 끝 사람을 잡았을 경우 “잡았네, 잡았네 쥔쥐새끼를 잡았네, 콩 하나, 팥 하나 땡겼드니 콩차두 팥차두 됐네”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돌아다닌다. 들쥐를 잡았더니 콩 하나가 콩 한 되 되고, 팥 하나가 팥 한 되 됐다는 내용의 풍년기원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보통 쥐는 훔친다는 이미지가 강해 지탄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근면과 저축으로 칭찬을 받기도 한다. 쥐는 아무리 딱딱한 물건이라도 앞니 하나면 어떻게든 구멍을 만들어 낸다. 고도의 인내심과 근면성을 떠오르게 한다. 또 쥐는 부지런히 먹이를 모으는 습성 때문에 재물을 지키는 존재로 여겼다. 그래서 ‘쥐띠가 밤에 태어나면 부자로 산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
쥐띠해의 근세사
1900
경자년
영국기사의 설계로 덕수궁 안 석조전 기공,
철학자 니체 죽음
1912
임자년
이승만 미국서 열린 세계감리교대회에 한국대표로 참석,
중국 손문(孫文)혁명정부 대통령 취임
1924
갑자년
의령단 단원 김사습 동경 ‘니주바시사건’으로 체포됨,
통의부 의용군 국경시찰 중인 사이또 총독 습격,
소련 니콜라이 레닌 사망
1936
병자년
손기정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한강인도교 개통,
김구 등 독립투사 상해에서 ‘한국국민당조직’,
영국 에드워드 8세 즉위
1948
무자년
대한민국 헌법 및 정부조직법 국회통과, 초대 대통령
이승만 당선, 인도 마하트라 간디 피살
1960
경자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병옥 박사 급서, 4.19학생의거,
민주당 집권
1972
임자년
남북공동성명발표, 8.3사채긴급동결 명령
1984
갑자년
전대통령 일본방문, 일본 천황 양국간의 불행한 과거는
유감이라고 발언, 대학생 민정당사 들어가 농성,
대학자율화 시작, 폭우로 전국에 피해 극심
1996
병자년
15대 국회개원, FIFA2002월드컵, 한일공동개최 결정,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OECD정식가입, 실업급여실시
2008
무자년
국보1호 숭례문 방화로 소실, 한국인 첫 우주인 이소영이
승선한 러시아 소유즈호 발사, 18대 국회개원
- 글.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