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글. 주재연(궁중문화축전 총괄코디네이터)
궁중문화축전을 준비하며 오래된 문화유산, 숨겨진 보물찾기
올해 개최될 궁중문화축전(4월 25일∼5월 3일)은 지난해의 기획 방향을 유지하면서 시민참여프로그램을 확대 하고 프로그램별 예술적 성취도와 상호 연계성을 높여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적 성장에 집착하기보다 는 축전의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하여 시민들과 함께 축전이라는 나침반을 들고 우리의 문화유산 속 보물찾기를 지속하려 한다.
시민이 주체가 되는 궁중문화축전을 위한 발걸음
2019년 궁중문화축전 총괄코디네이터로 선임되면서 시민의 입장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것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시민들은 궁을 시간을 갖고 온전히 즐기기를 원했고, 궁궐이라는 장소에 켜켜이 쌓여있는 조선의 역사와 왕가의 일상을 보물을 찾듯 알고 싶어 했다. 그리고 본인이 능동적 참여자가 되어 아름다운 문화유 산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기를 원했고 더 나아가 프로그램의 창작과정에 소소한 역할이라도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축전이 개최되는 궁궐별로 역사성과 공간적 특성, 그리고 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콘셉트를 정하고 대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브랜드화하였다. 궁중 의 문화예술과 궁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 왕가의 소소한 일상들을 다양한 공연 과 전시, 강의, 체험 등의 형태로 축전을 구성했다. 시민들의 참여 방식을 다양화하여 자원봉사자를 <궁둥이>로 명명하고 축전 기간 동안 도화서 화원의 복장으로 관람 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시민참여 공연 프로젝트를 기획하 여 시민들이 배우로서 역할을 부여받아 축전의 일부가 되었다는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경회루 연못에 담은 인당수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많은 사람이 경회루의 야경을 꼽는다. 그도 그럴 것이 수묵의 묵직함으로 경복궁을 감싼 북악산과 인왕산의 선(線), 누마루를 받치고 있는 48개의 민흘림(위가 좁고 아래가 넓은) 돌기둥, 날카롭고 웅대 한 지붕의 물매곡선, 연못 위에 비치는 단청의 화려함에 매료되지 않을 재간이 없다. 특히 밤의 풍경은 경회루의 모든 선이 조명을 받아 반짝이며 500년 조선의 이야기 를 물 위에 드리운다. 아름다운 경회루 야경을 배경으로 단순히 국악공연을 펼쳤던 기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2019년에 경회루의 설계와 건축을 맡았던
박자청의 이야기와 경회루 돌기둥에 조각된 연꽃과 연못 바닥에서 발견된 청동 용을 모티브로 <경회루 판타지 - 화룡지몽(花龍之夢)>을 제작했다. 올해는 <경회루 환타지> 두 번째 작품으로 심청을 소환했다. 판소리 심청전 이야기 를 중심으로 경회루 연못이 인당수 바다가 되고, 경회루 돌기둥에 조각된 연꽃이 용 궁의 심청을 품고 육지 왕에게 인도한다. 왕비가 된 심청이 아버지를 찾기 위해 개최 한 맹인잔치가 경회루에서 열리고 궁중 의례가 화려한 조명 빛과 미디어 영상과 결 합하여 심 봉사를 비롯한 맹인들에겐 광명의 세상을, 관객들에게는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문예군주를 꿈꾼 왕세자
앞서 언급했듯이, 궁중문화축전이 지향하는 중요한 기획 방향 중 하나는 다양한 시 민참여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능동적 참여자로 시민의 역할을 제공하고 역사 속 인물로 분하여 전문예술인들과 함께 공연하는 짜릿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시간 여행, 그날> 시리즈를 제작 중이다.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실제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들이 궁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이동형 공연은 가장 축전다운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기 시작했다. 2018년 창경궁에서 연극 <시간여행 그날, 영조>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덕수궁에서 뮤지컬, <시간여행 그날, 고종 - 대한의 꿈>이 성공적으로 공연되었다. 올해 궁중문화축전에서는 덕수궁의 <시간여행 그날, 고종 - 대한의 꿈>을 보완해서 공연하고, 창경궁에서는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룬 <시간여행 그날, 정조 - 복사꽃 생각하니 슬프다>를 시민배우들과 함께 선보인다(이 공연은 한국문화재재단의 궁 궐 일상 재현 및 체험사업으로 2019년 10월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두 개의 시민참여 공연과 더불어 창덕궁 후원을 배경으로 춤극 <시간여행 그날, 효명 - 문예군주를 꿈꾼 비운의 왕세자>를 제작 중이다. 조선의 23대 왕 순조의 아들 로 태어난 효명세자(孝明世子, 1809~1830)는 18세인 1827년 아버지 순조의 건강 악 화를 이유로 대리청정(代理聽政)을 시작하던 중 21세였던 1830년에 승하했다. 효명 세자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젊은 나이에 승하한 비운의 왕세자라는 슬픈 역사보다는 문학과 예술분야에 이룩한 엄청난 업적 때문이다. 효명세자는 1828년 에 어머니 순헌왕후의 사순(四旬), 1829년엔 순조의 즉위 30년과 사순을 기념하여 대규모 잔치를 연행하면서 춘앵전, 무산향과 같은 이전에 없던 독무 형식의 춤을 포 함하여 23개의 궁중정재를 새롭게 창작했으며, 그중 일부는 직접 악장(노랫말)을 만
들기도 했다. 또한 효명세자의 대리청정 중에 제작된 <동궐도>는 경복궁 동쪽에 위 치한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그림으로, 19세기 전반기 창덕궁과 창경궁의 건물 배 치와 주변 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고증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제작하는 <시간여행 그날 - 효명>은 창덕궁의 가장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후 원의 부용지, 주합루, 연경당, 애련지 등에서 궁중정재와 창작무용을 통해 효명세자 의 짧은 생과 업적을 몸짓으로 표현하게 된다. 공연에 참여할 시민춤꾼 40여 명도 공 개 모집할 예정이다
왕이 사랑한 팔도강산
조선의 5대 궁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궁중문화축전은 장소상 서울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도 조선시대의 뛰어난 문화유산과 왕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니 이를 연계한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궁중문화축전은 지자체와 지역의 전통문화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역사 적 연결고리를 이어줄 프로그램으로 <왕이 사랑한 팔도강산>을 기획하고 있다. 조 선시대에 여러 지방에서 임금님이 드실 음식의 재료부터 궁의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지역특산물을 진상했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여러 지역의 진상품들을 경복궁에 서 전시하고 진상했던 의식을 재현하고 또 지역의 무형문화유산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참여하는 지자체가 모두 모여 국가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례 의식을 개막일인 4월 25일 사직단(社稷壇)에서 갖게 된다. 2020년 궁중문화축전에 서 비로소 종묘(宗廟)사직(社稷)에 고하게 되는 것이다.
01_개막제 02_<시간여행 그날, 고종 - 대한의 꿈>
03_ <시간여행 그날, 정조 - 복사꽃 생각하니 슬프다>
04_ [미리보는궁중문화축전]흥례문2_수문군 05_ 어린이 궁중문화축전
장원급제를 향한 아이들의 열정 <어린이 궁중문화축전>
2019년에 경희궁에서 펼쳐졌던 <어린이 궁중문화축전>이 올해에는 경복궁으로 장 소를 옮겨 5월 2일과 3일 이틀간 개최된다. <어린이 궁중문화축전>은 체험과 놀이 를 통해 조선의 역사와 궁궐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축제 속의 축제이다. 조선시대 무과시험과 문과시험을 하나씩 통과하면서 가족과 함께 즐거움 속에 배움을 얻어간 다. 특히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유생들의 복색을 갖춰 입고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뒤 어사화를 쓰고 왕으로부터 급제 교지(敎旨)를 받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위대한 전통과 작은 전통
K-Pop과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는 전 세계 한류 팬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한국에 대 한 호기심이 좋아하는 스타를 넘어서 한국의 음식과 문화로 확대되고 있다. 노랫말 을 이해하기 위해 한글을 배우고, 리듬과 음악의 배경을 알기 위해 사물놀이나 가야 금을 배운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그들은 아름다운 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건물 지붕의 유려한 선(線)과 그 속에 감춰진 단청의 화려함에 탄복한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궁궐과 박물관 그리고 재래시장이다. 궁궐과 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의 ‘위대한 전통’에 감탄할 것이며 재 래시장에서는 ‘정(情)’과 ‘신명(神明)’이라는 ‘작은 전통’과 조우할 것이다. 역사 속에 보존된 문화유산과 공동체에 축적된 문화적 유전자는 함께 대한민국의 문화적 정체 성을 형성한다. 궁중문화축전은 위대한 전통과 작은 전통을 함께 확인하고,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고 공유하기 위한 통로가 될 것이다.
-글. 주재연(궁중문화축전 총괄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