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재단의 발자취로 본 전통문화보급의 역사
전통음식과 생활문화보급
글. 한국문화재재단 한국의집
전통음식의 맛과
전통문화의 멋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 ‘한국의집’
전통문화의 보호·보존·보급을 위해 한국문화재재단이 관리·운영하는 ‘한국의집’은 조선전기 집현전 학자였던 박팽년(朴彭年)의 사저(私邸)가 있던 곳이다. 한국의집은 6.25전쟁 이후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조금씩 변모했다. 1957년 내외귀빈들을 위한 정부 주요 시설로 ‘한국의집’이라는 현판을 처음 내걸었고, 군사정부 하에서는 ‘한국소개관’으로 잠시 이름을 바꿨다가 1978년 ‘한국의집’으로 다시 명칭을 되찾았다. 어느덧 개관 63주년의 기쁨을 맞이한 한국의집은 전통음식의 맛과 전통문화의 멋이 가득한 아름다운 공간으로 우리 곁에 자리한다.
궁중음식 기반 전통음식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해방 후의 전쟁, 경제개발 등으로 전통적인 생활문화 전반이 심한 단절과 왜곡을 겪었으며 음식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먹을거리는 풍요해졌으나 서구 음식의 유입으로 전통음식에 대한 가치가 다소 축소되는 경향이었다. 이러한 80년대의 시대적 상황에서 한국의집이 전통시대의 풍부하고 정형화된 ‘음식의 본’이라 할 수 있는 궁중음식을 상품화하여 보급한 것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창기부터 식단 개발을 위해 전통음식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했으며 1982년 ‘연구발표회’를 개최하고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대비한 전통주 개발을 시작하며 한식의 보급에 앞장서 왔다.
한국 고유의 전통식품과 민속주를 개발하고 보급을 확대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990년 4월 11일 청와대 경제비서실에서 전통식품의 현황, 문제점과 애로사항, 대책에 대한 보고를 시작으로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이 한국문화재보호협회(현 한국문화재재단)에 ‘전통음식 전시 및 품평회 개최’에 관한 협조를 요청함에 따라 사업이 추진됐다.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1990년 6월 26일 한국의집에서 ‘고향 음식의 맛과 멋’이라는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 이 행사에는 60품의 음식과 9종의 민속주가 전시됐으며 1,2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하여 전통음식의 대중화와 상품화 가능성을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전통민속주 대축제와 전통주 품평회
1990년 전통음식 전시 및 시식회를 시작으로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어, 우리나라 전통주류의 산업화와 품질 향상을 도모하고 전통주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1993년 한국전통주류 품평회가 개최됐다. 1993년 12월 10일에 열린 이 행사는 주류품평회, 전통문화가족 시음 간담회, 품평회 결과 발표 등으로 구성됐다. 주류 43종이 출품됐으며, 29명의 전문품평위원들이 참여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품평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 행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희소한 주류를 소개하여 민속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통 생활문화 전승 보급 사업의 일환으로 음식문화의 중요한 분야인 민속주에 대한 현황 파악 및 소개, 보급을 통하여 민속주의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7년 9월 10일 한국의집에서 ‘전통민속주 대축제’가 개최됐다. 45개 업체에서 63종의 주류가 출품됐으며 주류 및 관련 자료의 전시, 무료 시음, 한가위 차례 실연, 축하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01_궁중음식복원(신선로)-열구자탕
전통에 기반한 신 메뉴 개발
한국의집은 우리나라 전통생활문화의 원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자 전통음식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식생활에서부터 과거 궁중에서나 맛볼 수 있는 궁중음식을 복원하고 재현해냄으로써 내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집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음식 잔치들이 펼쳐지고 있다. 1994년에 시작한 ‘한국의집 음식 큰잔치’를 비롯해 이듬해 재단 창립 15주년을 기념한 ‘한국의집 봄 큰잔치’는 전통음식 상차림과 계절별 음식 시식 등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1999년 이후에는 세시 풍속에 남아 있는 전통음식을 재현하고 맛볼 수 있도록 ‘삼짇날맞이 전통음식 큰잔치’가 주기적으로 열렸다. 이 행사는 다섯 중절의 한 절기로 내외국인들에게 삼짇날의 의미를 널리 알리는 장이 됐으며 전통음식으로 각색전, 건어삼선, 상어산적, 홍탁삼합, 두릅초회, 진달래전과 화채 등 봄 향기 감도는 수십 종의 음식을 전시하면서 맛도 볼 수 있도록 해 찾는 이들의 입을 호사스럽게 만들었다. 2003년 7월 1일부터 10월 19일까지 펼쳐진 팔도요리잔치는 전국 지방별 특색 있는 점심 특별 메뉴를 개발해 보급하자는 취지로 열렸는데 함경도, 제주도 등 팔도 지방 특유의 맛과 멋을 음미할 수 있었다. 2005년 12월 16일 전통음식문화체험관인 궁중수라간 개관 기념행사로 치러진 제1회 전통음식문화축제는 대규모 음식잔치로 김치 만들기 체험을 포함해 대장금 사진과 대장금 음식 등의 전시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 전통음식문화의 관광 상품화 및 세계화를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온 전통음식의 정체성 찾기 사업의 일환인 이 축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방송 드라마 「대장금」에서 재현됐던 수라상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하여 관심을 크게 모았다.
아울러 한국의집 조리 담당 직원들은 한국의 전통요리를 체계적으로 습득하고 창의적인 메뉴 개발과 적용을 위해 자체 요리경진대회를 주기적으로 열어 한국의집에 걸맞은 요리 실력을 배양했다. 또한 한국의집은 전통음식을 중심으로 한 메뉴 개발에도 쉼이 없었다. 녹음정식, 향기정식으로 명명된 가정의 달 특선 메뉴를 2003년에 개발해 선보인 데 이어 매년 2~3가지 특선 메뉴를 개발해 한국의집을 찾는 사람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2009년에는 한국의집 고품격화의 일환으로 정통 한정식인 ‘대장금정식’을, 2010년에는 ‘어진정찬’을 신규 메뉴로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궁중수라간(전통음식문화체험관) 운영
한국의집은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조선시대 궁중음식문화를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궁중수라간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음식 전시관과체험관을 기반으로 우리 전통음식을 연구하고 체계화, 매뉴얼화하여 경쟁력 있는 우리 전통음식의 개발과 보급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집 취선관에 2005년 문을 연 궁중수라간(전통음식문화체험관)은 취선루 증축 공사 관계로 2007년 12월까지 잠시 고궁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운영되다가 취선루가 취선관으로 화려하게 부활, 재개되면서 2009년 9월 이후 다시 옮겨오게 됐다. 취선관은 옛 취선루(전통문화상품관)를 증축한 것으로 2007년 11월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2009년 8월(21개월)에 완료하고, 9월 8일 한국의집 취선관으로 공식 개관했다. 지하 2층, 지상 4층(건축 연면적 5,431.87㎡) 규모에 층별로 문화상품관, 전통문화컨벤션, 전통문화체험관, 궁중수라간, 연회실, 궁중음식 전시실 등 이 자리하고 있다. 취선관은 김치 만들기 등 전통음식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고, 각종 대소 연회를 치를 수 있도록 설계된 현대식 건물로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의미하는 공간이며 우리나라 전통 궁중음식의 산실이기도 하다. 한국의집 궁중수라간의 사업 내용을 보면 전통음식의 복원을 통한 메뉴 개발과 관련 전시 등이 주를 이룬다. 궁중수라간을 개관한 2005년의 경우 전통음식문화 관광 체험 프로그램 운영 및 콘텐츠 개발 등이 이루어졌고, 2006년에는 전통음식 복원 DB의 계량화를 통해 음식복원의 과학적인 접근과 한국음식 관광 산업화를 위한 상품 개발에 주력했다. 이 밖에도 궁중수라간은 부천대학 관련 학과와 함께 전국 한식 메뉴 조사 및 표준화 사업(2006년 3~12월)을 펼쳤는데, 이 사업을 통해 각 지방의 주요 한정식 상차림을 조사 분석하고 실험 조리를 통한 표준화된 레시피 작성 그리고 한국의집 한정식 메뉴에 적용하는 것 등이 후속으로 이어졌다. 2007년에는 130종 133점의 궁중음식 전시회가 열렸으며 2008년에는 궁중음식 문화 관련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작품 전시, 궁중음식 조리 실습과 전통음식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2007년 12월 20일부터 사흘 동안 펼쳐진 외국인을 위한 궁중음식 문화축제는 궁중 연회 음식 복원과 제작,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궁중 복식 및 공예품 재현 전시 등이 열려 국내 거주 외국인과 관광차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에게 호평받았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의 맛’ 알림 명소
2010년 초반에 접어들어 한국의집 홍보 마케팅을 점차 강화하기 위해 마케팅을 전담하는 팀을 구성하는 등 노력을 했다. 2010년 ITB 독일 베를린 국제박람회에 참가하여 전통술 「소주 내리기」 시연 및 시음, 궁중음식시연 및 시식 등을 했으며, 같은 해 6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에미리트 팔레스 호텔’에서 열린 한-UAE 수교 30주년 기념 ‘한국 문화의 밤’에서 궁중한식과 리셉션을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2012년 6월 19일에서 6월 27일까지 일본 도쿄, 오사카에서 일본 관광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궁중음식 시연(구절판, 대하찜 등) 및 시식(비빕밤 등)을 했다. 2012년에 참가한 첫 번째 박람회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Discovery Thailand&Discovery World 관광박람회’로 2012년 8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3박 4일간 진행됐다. 그중 8월 30일에는 ‘서울관광 설명회’가 열려 재단에서는 만찬을 제공하고 리셉션을 진행했다. 재단에서는 한국의집 7명과 궁중 병과연구원장 1명이 참석했으며 태국관광박람회 궁중음식 시연 및 시식, 12첩 수라상 전시, 한지 공예체험(음식병풍), 한복 체험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음식관광 박람회, 대한민국 국제요리대회, 대전 세계요리사 경연대회 등 국제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하여 대상, 금상 등을 수상했고 한국의집 요리대회를 개최하여 초선탕, 초계탕 등 수상 메뉴를 영업에 활용했다.
전통음식 전승을 위한
도서 발간
2013년도에 사찰음식으로 오신채(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와 육류를 제외하고 천연 조미료와 신선한 식재료를 자연 그대로의 질감과 맛을 살려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한채정식을 개발·판매했다. 그동안의 조선시대 궁중음식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된 전통음식 콘텐츠의 데이터베이스화를 활용한 전통음식 표준화 도서 <일기와 철기를 올리다>(2015)와 김치를 주제로 한 도서 <천기와 지기를 담그다>(2016)를 발간하여 전통음식의 보존·보급을 확대했다. 또한 2015년에는 마케팅 기획 연계상품으로 한국관광공사와 연계하여 너비아니반상을 판매했고, 전통문화송년회 메뉴 운영 등으로 궁중음식을 보급·선양했으며, 궁중수라간에서는 한국 전통음식의 역사성과 현대 생활 속에서 전통음식의 현 위치를 재조명함으로써, 나아가 전통음식에 대한 이해도 제고와 저변 확대를 도모하고자 고조리서 식재료들을 활용한 건강보양음식 강좌를 진행했다.
개관 60주년 이후 다양한 변화 중
1957년 개관한 한국의집은 2017년 개관 6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변화를 위한 다양한 발걸음을 선보였다. 먼저 조선시대 궁중에서 사용한 찬품단자를 활용하여 한국의집 메뉴지를 3월 개편했으며, 잊혀져 가는 세시절 단오의 풍습을 재현, 체험하는 프로그램인 ‘2017년 한국의집 단오 특별행사(수릿날, 한국의집)’를 개최했다. 또한 2009년에 준공된 취선관을 8년여 만에 새롭게 리모델링하여 다시 여는 기념식 ‘한국의집 환갑잔치-지나온 60년, 새로운 출발’행사를 했으며, 연말에는 한국의집 60년의 발자취를 보고, 느낄 수 있는 ‘한국의집 1957 전시회 「한국의집, 숨은 이야기를 찾다」’를 로비에서 개최했다.
또한 기존 음식을 주제로 발간했던 도서를 궁중병과를 주제로 하여 <정기와 정수를 다 담다>(2017)를 발간했으며, 그와 함께 전통음식 관련 특허를 5종 출원하고, 전통음식 및 메뉴개발 교육 매뉴얼을 4권 제작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18년에는 한국음식 맛 체험박람회 요리경연대회에서 국회의장상(1명)을 수상했으며 10월에는 ‘제6회 한식의날 대축제’ 세계한식 요리경연대회 향로부문 금상(3명)을 수상했다.
한식문화 행사
‘궁중한식으로 만나는 EID Dinner Reception’ 개최
고품격 국제행사장으로서의 한국의집 브랜드 이미지 정립, MICE 관련 행사 유치 등 새로운 시장의 확대를 위해 이슬람권 주한 외교사절단을 초청하여 한국의집 한식문화 행사인 「궁중한식으로 만나는 EID Dinner Reception」를 2019년 6월 14일에 진행했다. 파키스탄, 오만, 요르단, 모로코, 터키 등 15개국의 주한대사 등이 참석했으며, 행사 축하를 위해 문화재청장, 서울특별시장, 서울중구청장, 한국관광공사사장, 한식진흥원장도 함께 참여했다. 이 행사를 통해 동서양에 한정되었던 전통한식 문화를 이슬람권까지 확대 가능성을 확인하며, 주한 대사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영업 활성화 기반을 마련했다.
앞으로도 한국의집은 다양한 궁중음식의 개발·보급,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전통예술공연 추진과 국가무형문화재 중심의 다양한 전통문화체험 보급 등 한국의집 본연의 기능에 더욱 충실히 나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02_전통한식(한국의집)
03_수라간 내부(한국의집 취선관)
04_전통예술공연(부채춤, 한국의집 민속극장)
- 글. 한국문화재재단 한국의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