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재단의 발자취로 본 전통문화보급의 역사
전통문화 도서 발간
글. 이치헌(한국문화재재단 홍보팀장)
책으로 만나는
문화유산
한국문화재재단은 1980년 설립과 동시에 출판사 등록을 함으로써, 지난 40년간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이해를 돕기 위한 단행본 출판을 이어 왔다. 초창기 출판물은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에서 발행한 무가 형태의 순수 문화재 도서를 재발간하는 일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이후 전통생활문화 분야로 방향을 전환하여 내용 면에서도 우수한 각종 도서를 꾸준히 발간했다.
지난 세월, 우리 문화유산의 멋과 미를 알리기 위한 재단의 땀방울이 켜켜이 담긴출간 도서들을 소개한다.
* 당대의 베스트셀러로 보는 국내 출판계 흐름과 지난 40년간 재단에서 발간한 도서들을 함께 소개한다.
1980년대 국내 출판계, ‘시대상에 대한 풍자,
역사와 인문학에 대한 욕구’
80년대 출판계는 역사와 인문학에 대한 욕구가 꿈틀댔다. 온갖 사회악에 대항하며 악의 무리에 맞서는 장총찬의 활약상을 그린 김홍신의 <인간시장>이 우리나라 최초의 밀리언셀러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3S(스포츠, 스크린, 섹스) 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조성오의 <철학에세이>가 인문서 최초로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또한 시와 소설이 대세를 이루면서 이해인 수녀의 시집<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재단의출판도서
문화재 본연의 모습을 알리기 위한 노력
재단의 출판물들은 문화재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알리기 위한 책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사진작가 이해선이 촬영한 6·25동란 직후 서울 5대 궁궐의 모습이 실린 <한국의 고궁, 1980>을 시작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탈춤의 대사집인 <탈춤대사집, 1981>, 전통악기를 국내·외에 소개하기 위해 발간된 <한국악기, 1981>와 <Korean Music & Dance, 1982>, <관혼상제, 1982>, <한국복식, 1982>, <문화재대관 중요무형문화재편, 1984>, <문화재대관 국보·보물편, 전 8권, 1986>, <우리의 전통예절, 1988>, <궁중유물도록, 1989> 등을 통해 문화재와 전통문화 본연의 모습을 알려 나가는 데 충실했다.
01_ 조선왕조실록
1990년대
국내 출판계, ‘문학에서 다른 장르로의 관심 확대
그리고 대중 출판의 전성기’
김우중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로부터 1999년 최고의 화제가 된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까지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개인 욕망이 표출된 시기다.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 이재운의 <소설 토정비결> 등 역사 인물 소설이 대중 출판의 문을 열었다. 또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비롯해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역사와 민족주의에 대한 책이 출간됐다. 이외에 박완서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여성의 홀로서기와 주체성을 강조하는 책이 호응을 얻었다.
재단의출판도서
음식과 문화유적 발굴, 공예, 예능 등 전통에 대한
다각도 조명
조선왕조 궁중음식 보유자인 황혜성 선생의 <고향음식의 맛과 멋, 1990>을 시작으로 전통음식에 대한 책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이후 전통음식 분야의 필수 교과서라고 불리는 <한국음식대관, 총6권> 시리즈가 출간되기 시작했다. 한국문화재재단 창립 15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 책은 <한국음식대관 출판위원회>에서 집필진을 선정, 1995년 초부터 집필에 착수하여 1997년부터 매년 1권씩 출간됐다. 윤서석 교수, 유태종 교수, 조선왕조 궁중음식 보유자인 황혜성 선생을 비롯한 64명의 학계 전문가들을 집필진으로 하여 고금문헌기록을 포함한 전통음식에 대한 학계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했다. 이외에도 <동궐도, 1992>, <북한문화재도록, 1993>, <조선왕조유물도록, 1993>, <문화유적발굴도록, 1993>, <한국의 전통공예, 1994>, <한국의 탈, 1996>, <전통염색공예, 1998> 등이 출간되었으며, 건축·공예·복식 등에 사용되었던 옛 문양들을 편집한, 디자인분야 종사들에게 유용한 <한국의 무늬, 1995>와 창간호(1984.8)부터 1995년 12월호까지를 축쇄 합본으로 제작한 <월간문화재 축쇄판, 1995>이 발간됐다. 국내 출판계가 대중출판의 01 전성기였던 만큼 한국문화재재단의 출판도 다양한 분야의 출간물들이 보급되었던 시기다. 1997년 문화유산의 해를 기념하여 <한국의 전통문화>· <한국의 전통예술>·<한국의 전통공예기술> 3종이 출간됐다.
2000년대 국내 출판계, ‘실용서와 자기계발서에 대한 관심’
외환 위기와 벤처 열풍으로 인해 자기계발서가 돋보였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틱낫한의 <화>, 사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 등 자기계발서가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조창인의 <가시고기>, 김하인의 <국화꽃 향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등이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하반기에는 성공에 대한 관심이 컸다. 스토리형 자기계발서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 론다 번의 <시크릿>이 대표적이다.
재단의출판도서
공예교육과 자체 기획도서
발간의 재도약
<보자기, 2000>, <한국의 누비옷, 2000> 등을 시작으로 <매듭, 2001>, <한복만들기_구혜자의 침선노트, 2001>, <전통목가구만들기, 2002> 등의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교육강좌의 실기교재 시리즈가 출간됐다. 이외 ’97문화유산의 해에 제작된 문화 유적지도를 새롭게 재구성하여 관광가능한 문화유산과 그 소재지를 소개한 지도책 중심의 가이드북인 <새문화유적지도, 2003>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 종목을 총망라하여 한 권으로 정리하여 펴낸 <아름다운 만남_한권으로 만나는 중요무형문화재 215인, 2004>이 출간됐으며, 조선시대 궁중회화에서부터 문인화, 직업화가 등의 옛 그림 91점을 도판과 함께 해설을 담은 박은순 교수의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그림, 2008>이 출간됐다. 이 책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200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의궤’ 중 고종 정해년(고종 24년, 1887년) 1월 익종비인 신정왕후 조대비의 팔순을 기념하고자 창경궁 만경전에서 열린 궁중연회를 기록한 <고종 정해년 진찬의궤>가 궁중음식을 연구하는 학자와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의 손끝에서 재조명됐다. 이효지 교수·한복려 원장·정길자 원장이 함께 저술한 이 책은 학술적인 면과 살아있는 경험이 만난 가치 있는 성과물로 평가됐으며, 책의 디자인 부분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아 ‘Korea Design Annual 2009’ 그래픽디자인부문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2005년부터 한국문화재재단은 일반 출판사와 대등한 유통 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2006년에 개최된 ‘2006 남북문화재도서전’은 재단 창립 이래 축적된 출판 역량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렸다. 남북의 문화적 이질감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은 바로 우리가 같은 역사와 같은 문화를 가졌다는 것을 재인식하는 길일 것이다. 남북문화재도서전은 바로 이러한 우리 문화의 60년을 되찾는 사업의 일환이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의 영인본과 더불어 남과 북에서 각각 국역하여 발간한 자료를 비교·전시하고, 북한에서 소장하고 있는 국보급 유물을 소개한 <조선유적유물도감> 등이 소개돼 주목받았다.
2010년대
국내 출판계, ‘인문학 열풍의 시작,
그리고 힐링’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 등 사회와 개인의 갈등,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젊은 세대는 웹툰이나 웹소설 등으로 눈을 돌리고, 다른 미디어와 결합된 책들이 주류를 이뤘다.
재단의출판도서
전통문화에 기반을 둔 문화 콘텐츠 발굴
과거의 문헌과 유물에 나타난 34가지 상상동물을 소개한 <신화 속 상상동물 열전, 2010>이 출간됐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직접 기획하고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이 집필한 책으로, 용·봉황·백호·해태·기린·주작·삼족오·현무 등 우리가 익히 들어왔고 보아왔음직한 문화재 속에 새겨진 상상동물의 상징을 통해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300여 컷이 넘는 유물의 사진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은 350여 쪽에 달하는 분량에도 큰 재미를 준다. 나아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추천사에서 보듯 창조적 상상력을 일깨우기 위한 전통문화에 기반을 둔 문화콘텐츠 발굴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외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실기교육교재(전통장석만들기, 전통창호만들기 등)가 출간됐다.
문화유산의 멋과 아름다움을
지속하려는 발걸음
한국문화재재단은 네이버 지식백과 등을 통해 수십 편의 무형문화재이야기를 연재했으며, 오프라인에서 출간한 책의 콘텐츠들도 마찬가지로 온라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 나아가 문화유산채널(www.k-heritage.tv)을 통해 영상으로도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앞으로도 책뿐 아니라 온라인 콘텐츠,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문화유산의 멋과 아름다움을 지속해서 널리 공유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향후에는 무형문화재 종목이 아닌 무형문화재를 이어 나가는 사람을 조명하는 인간문화재 평전 시리즈를 계획 중이다.
02_ 한국음식대관(전6권)
03_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한복만들기, 한국의 무늬,
전통문화에 기반을 둔 문화 콘텐츠를 발굴한 <신화 속 상상동물 열전, 2010>,
이효지 교수·한복려 원장·정길자 원장이 저술한 <고종 정해년 진찬의궤>,
<전통목가구만들기, 2002>
옛 그림 91점의 도판과 해설을 담은 박은순 교수의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그림, 2008>
- 글. 이치헌(한국문화재재단 홍보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