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재단의 발자취로 본 전통문화보급의 역사
문화유산 현장의 기록
글. 안태욱(한국문화재재단 미래전략기획단장)
문화유산을 담은 큰 그릇
‘월간 문화재’
‘월간 문화재’는 1984년 8월부터 2020년 2-3월호까지 총 398호를 발간했다. 문화유산 분야 원로들의 주옥같은 글과 사진, 한국문화재재단의 주요 사업들이 수록된 월간 문화재는 그 자체가 고귀한 역사자료다. 한때는 판형이 변형되고 축소되어 발간의 위기가 있었지만, 전통의 끈과 맥을 놓지 않고 오늘까지 이어온 것은 한국문화재재단의 저력이자 대한민국 문화유산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함께 써 내려갈 지혜의 기록, 역사의 발자취가 될 월간 문화재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월간 문화재’ 창간호를 통해 본
1984년의 문화유산
“근자에 이르러 우리 것을 찾고, 우리의 문화재를 가꾸자는 열의와 운동이 점차 높아지고 확산되고 있음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하겠습니다......본지는 정부 정책의 신속하고 정확한 홍보지로서, 학계의 귀중한 논설의 발표장으로서 국내외 동정과 소식의 전달자로서 전국 각처에 숨어서 문화재를 가꾸고 애호하는 인사들의 대화의 광장으로서 등불을 밝히고, 길잡이가 되어 우리 민족 문화재를 더욱더 갈고 닦아 후손에게 물려주고, 나아가서는 나라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이는 한국문화재보호협회 이사장 박종국(1932~2014)의 월간 문화재 창간사다.
월간 문화재 창간호(사진1) 제자(題字)는 서예가인 평보(平步) 서희환(徐喜煥, 1934~1998)이 썼다. 총 8면의 타블로이드판(38.3×26.4cm), 미색지에 컬러 판이다. 1면에는 ‘문화재보존관리 기본정책방향’을 주제로 문화재보존관리 기본 방향, 중요정책사업의 방향 및 사업 내용, 문화재보존관리의 주요 정책 방향과 당시 유명한 만화가 신동우(申東雨, 1936~1994)의 석탑 이미지를 담은 문화평론(문화재는 우리자랑)이 삽화로 소개됐다. 문화산책으로는 미술평론가 이구열(1932~)의 ‘일제강점기 때의 일본인 수집 문화재’라는 주제로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한국 문화재 수집 등을 소개하여 문화재보호 의식 고취라는 당시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제2면에는 문화공보부 이진의 장관의 격려사와 문화재관리국의 ‘조선왕궁의 복원정비 및 관리계선계획’이 경복궁 복원배치도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 제3면에는 문화재위원회 부위원장 성경린(成慶麟, 1911~2008, 중요무형문화재종묘제례악예능보유자)의 축사를 비롯하여 ‘문화재 방화대책’과 ‘전통건조물보존법 마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제4면에는 문화재관리국의 ‘84문화재 보수계획’이, 제5면에는 장경호 당시 미륵사지발굴조사단장의 ‘국제문화재보존보수연구센터(ICCROM)의 활동’과 한성희의 ‘지류문화재의 과학적 보존’에 대한 글이 실렸다. 제6면에는 전통공예기능보존협회 이사장 원덕문(元德文, 중요무형문화재단청장보유자)의 ‘전통문화를 가꾸자’, 신찬균(申瓚均, 1937~2006, 문화재전문위원, 연합통신 편집부국장)의 ‘문화재의 참뜻을 밝히도록 당부한다’는 글과 함께 문화재위원회 소식, 백자와 청자에 대한 토막 상식을 수록하고 있다.
제7면에는 무형문화재예술단장 김천흥(金千興, 1909 ~2007, 중요무형문화재 종묘제례악 및 처용무보유자)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자손만대까지 길이 전하자’는 격려문과 함께 LA코리아 플라자 개막식 행사에 이진희 문공부 장관과 박종국 문화재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의집 예술단이 참여한 소식을 비롯하여 동국대 학술조사단이 일본 쓰시마(對馬島)에서 고려 초조대장경 55축을 발견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또한, 전주대사습놀이 전정민(全貞敏) 씨 대통령상 수상, 여의도 백화점에서 개최된 인간문화재 전통공예특별전, 제암리 순국유적 정비사업 준공, 궁장(弓匠) 인간문화재 김장환(金章煥, 76세) 씨 별세, 고미술상중앙회장 안백순(安伯淳) 씨의 고미술품 114점 서울시립대박물관 기증, 한국미술오천년전 독일 함부르크 특별전을 비롯하여 문화재보호협회의 『문화재대관』 무형문화재편 및 『국악대사전』, 『한국의 복식』 등 도서 출간도 보인다. 제8면은 해외소식 위주다. 중국 지린성 소재 광개토대왕비가 1962년 국가보호대상 문화재로 지정된 근황을 시작으로 일본 문화청 주관의 일본 전통공예전이 9월 동경국립박물관서 개막된다는 소식과 중국 하남성에서 5천 년 전 견직물과 삼정도기(三鼎陶器) 출토와 진시황릉 병마용 토우의 9월 나고야시박물관 전시, 일본 나라문화재연구소의평성궁지(平城宮址) 발굴과 백제 초기 고성인 고모루성 발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수필가 정성수의 ‘역사의 현장 완도 해저 발굴 현장에서’ 소개로 창간호는 마무리됐다.
01_월간 문화재 창간호
02_2000년 4월호(판형 변경)
문화유산 분야 거목들이 함께 만든
종합소식지
이후 월간 문화재는 문화재 분야 전문가들의 주제별 연재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김동현의 전통건축>, <김명자의 다도강좌>, <김성수의 전통공예>, <김열규의 전통문화론>, <박대순의 전래놀이>, <신찬균의 문화재 현장을 찾아서>, <안덕균의 조상전래의 건강식품>, <윤용이의 한국도자의 이해>, <이광규의 전통예절>, <이보형의 한국 전통공연>, <예용해의 인간문화재>, <임동권의 문화재춘추>, <정병호의 무형문화재 발표공연>, <정영호의 석고미술>, <정재훈의 문화유적산책>, <조유전의 발굴야화>, <천혜봉의 고전적>, <최상수의 세시민속>, <황혜성의 조선왕조궁중음식> 등 기획 연재를 통해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환점이 됐다.
이들 연재물의 영향으로 문화재분야의 경우 궁궐 및 사찰 건축, 석탑과 불상 등 불교미술, 도자 등 공예문화, 무형문화재 무대 및 마당 종목, 세시풍속 등 전반에 대한 연구와 단행본 도서의 발간 등 문화유산 분야가 르네상스를 맞이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판형 변화를 통해 본
월간 문화재 변천사
창간 초기 타블로이드판 형식으로 출발한 월간 문화재는 2000년 3월까지 동일한 판형을 유지했다. 2000년은 밀레니엄으로 전 세계가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기약하며 변화를 추구하던 시기였다. 2000년은 재단이 창립 2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였다. 84년 8월부터 188호를 발행 후 189호(사진2)부터는 변형된 국배판으로 변형하고 면수는 24쪽으로 확대했다. 189호는 대한매일 임영숙 논설위원의 ‘문화재 부문 투자의 우선순위는?’ 논단을 비롯해 교양부분으로 명지대 조후종 교수의 ‘삼짇날’과 한국교원대 최운식 교수의 ‘오늘에 되살려 보는 신화의 의미’, 한국문화재정책개발원 이흥재 실장의 ‘전통의 현대화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개발’이라는 재단 창립 20주년에 즈음한 평론이 게재됐다. 이 외에 인물탐구로 임영주 우리공예연구소장의 ‘장인들 찾아 누빈 예용해 선생’ 평전과 더불어 고려대 서연호 교수의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새천년 사업을 위한 제안’을 소개했다.
2001년 4,5월호(사진3)는 면수를 8면의 타블로이드판으로 대폭 축소하여 단신 위주로 구성했다. 이렇게 축소된 사유는 당시 재단의 경영상황 악화로 예산 절감을 위한 자구책으로 판단되나, 다행스러운 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월간 문화재를 중단 없이 발간했다는 사실이다.2003년의 경우 분기별 간행으로 다시 바뀌었고 판형은 현재의 국배판 형식으로 100면으로 제작됐다. 분기별 간행으로 인해 보다 깊이 있는 기사 위주로 구성됐다. 2003년 봄호는 한강을 특집으로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나각순 연구위원의 ‘한강변의 고대 문화유적’을 비롯하여 국립민속박물관 김종대 유물과학과장의 ‘한강변의 민속과 생활’이 소개됐다. 한국인의 문화코드 신화읽기 부분에서는 서울대 서대석 교수의 ‘한국 신화의 특징과 성격’, 서울교대 안천 교수의 ‘조선 건국기 정치신화의 재탄생’, 전남대 서해숙 교수의 ‘한국의 성씨 시조신화’가 독자들과 호흡을 같이했다. 테마 기획으로는 우리의 과학문화유산으로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담긴 비밀’과 ‘고대 삼국의 무기들’이 소개됐다. 이 외에도 한국의 전통가옥 선교장, 우리 고전 다시보기 춘향전, 옛 지도 산책으로 동궐도와 도성도가 소개되고 컬러 지상 전시로 조선왕조 어필(御筆)이 소개됐다.
2006년 4월호(사진4)는 다시 규격이 축소된 24면으로 변형됐다가 8월호(사진5)부터 판형을 확대(21×29.5cm)하고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사진 등 색상을 화려하게 편집하였다. 기획기사 보다 단편 기사 위주로 문화재 소식지의 규격화되고 경직된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후 현재의 판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8년 4, 5월호(사진6)의 경우 54면, 2018년 12월, 2019년 1월호(사진7)는 한국의집 특집호로 158면으로 구성하여 월간 문화재가 역사자료로서 보존 가치와 의미가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월간 문화재의 지속적인 발간은 귀중한 글과 사진을 제공해 주신 필자들과 많은 애독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시대의 변화를 담고 새로운 문화 창안의 마중물인 월간 문화재의 지속적인 전진을 기대한다.
03_2001년 4,5월호는 8면의 타블로이드 판으로 변경
04_2006년 4월호(판형축소)
05_2006년 8월호(판형확대)
06_2015년 10,11월호(현재 판형)
07_2018년12월,2019년1월호(한국의집 특집호)
- 글. 안태욱(한국문화재재단 미래전략기획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