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재단의 발자취로 본 전통문화보급의 역사
문화유산 국제교류
글. 한국문화재재단 국제협력단
세계 문화유산 치료사
‘문화유산 ODA 사업’을 이끄는 국제협력단
전 세계의 문화유산을 보호, 복원하기 위한 문화유산 ODA 사업, 한국문화재재단 국제협력단은 문화유산 ODA 사업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세계 문화유산을 치료하는 역할을 각국에서 활발하게 펼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더 많은 문화유산을 보듬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며 도약을 준비 중인 국제협력단의 활약을 살펴본다.
하나 된 마음, 하나 된 목표!
국제협력사업의 태동
2019년 한국의 서원은 한국의 유산으로는 14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전 세계에는 이처럼 훌륭한 문화유산이 있으며, 각 국가는 이를 세계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 빈곤국 또는 개발도상국은 이러한 문화유산에 경제력을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에 유네스코를 필두로 한 세계 각국은 소중한 인류의 유산을 후대에 전해주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에서 문화유산 분야 국제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2년 국제교류팀이 설치된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협력사업의 첫 시작은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문화재재단에서 국제협력사업의 씨앗이 뿌려진 시기는 2008년이다. 당시 문화사업실에서는 아시아권 국가의 실무자를 초청해 무형문화유산(전통공예) 분야의 초청연수를 시작했다. 이는 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동반자 사업을 재단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무형문화유산 초청연수는 2019년까지도 매년 분야를 달리해서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이와 함께 2009년부터는 아시아권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보존처리장비 지원사업이 시작됐다. 기획조정실에서 진행한 이 보존처리장비 지원사업은 2009년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2010년 캄보디아 앙코르보존소, 2011년 몽골 과학원 고고학연구소를 대상으로 진행하였으며 보존처리에 대한 기초적인 장비를 지원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했다. 보존처리장비 지원사업은 2019년까지 지속되었는데, 문화동반자사업과 함께 재단이 국제협력사업의 인적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사업의 기초적인 인적 구성과 사업에 대한 구상은 이 사업의 대상지였던 국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무렵 기획조정실 선진홍보팀에서는 무형유산 자문기구 NGO 인가를 위한 노력을 함께했고 마침내 2010년 재단은 ‘유네스코 무형유산 분야 NGO’로서 인가를 받았다. 재단은 국제사회에서 무형유산 분야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문화동반자사업과 보존처리장비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유네스코 무형유산분야의 NGO 자격을 획득한 재단은 문화재청과의 협력으로 동남아 문화유산분야의 협력사업을 모색했다. 2011년에 진행한 「동아시아 크메르유적 기초조사 및 라오스 세계유산 복원종합계획수립 연구」는 국제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특히, 재단에서는 국제협력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2년 12월 1일 기획조정실 소속으로 국제교류팀을 설치하여 국제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문화유산 분야 국제협력사업,
그 첫걸음으로 문화동반자 사업도
2013년 10월 대한민국 최초의 해외문화유산 복원사업으로 라오스 남부 참파삭 주 왓푸유적군에 포함된 홍낭시다 유적을 대상으로 「라오스 홍낭시다 유적 보존복원사업」이 시작됐다. 라오스 홍낭시다 사업의 착수와 함께 새로이 발족된 국제교류팀은 사업의 확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문화동반자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은 물론, 보존처리장비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2013년부터는 문화동반자사업 담당자를 두어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자 했으며, 보존처리 장비지원 사업을 미얀마, 부탄,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확대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 정부에서 추진하는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사업의 확대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정부는 ODA 사업의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했으며 사업의 대상이 되는 중점협력국을 지정하여 국가차원에서 집중적으로 ODA 예산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추어 재단에서도 다양한 사업의 개발을 위해 노력했으며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문화동반자사업과 보존처리장비 지원사업을 모든 사업의 기초가 되는 사업으로 인지하고 분야별 사업의 내실화를 다져 나가기 시작했다.
2014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제출하였던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프레아피투 복원정비사업(이하 ‘1차 사업’)」의 형성이 확정되었고 2015년 착수하게 됐다.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에서의 문화유산 분야 사업은 그동안 라오스 홍낭시다 사업을 통해 얻은 경험과 기존에 한국이 가지고 있던 이 분야의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또한, 재단의 문화유산 분야 국제협력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딛고 1차 사업이 진행된 가운데, 캄보디아 1차 사업의 긍정적인 평가는 2019년 캄보디아 앙코르유적 2차 사업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특히 캄보디아 사업에서 재단 및 대한민국은 앙코르유적의 복원사업에 참여한 17번째 국가가 되었으며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2차 사업에서는 앙코르 유적의 중요한 유적 중 하나인 코끼리테라스를 직접 보존·복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는 데 의의가 크다.
캄보디아의 1차 사업이 진행되는 데에는 라오스에서 진행했던 경험들이 아주 값진 자산이 됐다. 2013년 라오스 홍낭시다 사업 착수 이래 재단은 기초적인 부분에서부터 심혈을 기울여 사업을 진행하였는데, 2016년까지는 조사연구 단계로 지반, 구조 등의 연구와 고증연구 그리고 고고학조사를 통해 사원에 대한 충분한 기초 조사를 진행했다. 2016부터 2018년에는 물적, 인적 인프라 구축에 공을 많이 들였다. 현지연수, 학위연수 등의 세부과업을 진행하면서 수원국의 인적 역량 강화를 통해 수준을 올렸다. 이후 2018년부터 본격적인 수리복원을 시작하여 안정적인 복원작업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사업 외에도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무형유산분야의 인벤토링 지원은 유·무형 사업의 효과적인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를 내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왔다.
01_미얀마 파야똔주 사원 전경
02_문화동반자사업 연수(2016)
03_라오스 홍낭시다 유적 복원 착수식(2013)
한 걸음씩 꾸준히, 도전으로 확장을!
캄보디아 앙코르유적 1차 사업이 진행되고 라오스 홍낭시다 보존복원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든 2016년 미얀마에서는 소규모의 보존처리장비 지원사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2016년 8월 미얀마 바간 지역의 남서쪽에서 진도 6.8 규모의 지진이 있었고 바간의 3,822개의 건축물 중 400여 개 이상의 건축물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다. 미얀마는 세계 각국에 지진 피해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재단은 문화재청과 함께 미얀마의 지진피해 복구를 위한 사업을 구상했다. 이후 바간의 파야똔주 사업에 대한 벽화 보존처리 사업을 진행하기로 미얀마측과 협의했다. 기초조사를 거친 후 2018년 파야똔주 벽화 보존처리 사업에 착수했다. 미얀마 바간의 사업은 기존에 주로 진행한 구조물의 보존과 복원(라오스, 캄보디아)에서 벽화보존처리로 문화유산 ODA 사업의 분야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재단의 문화유산 ODA 사업은 주로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중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외에도 우즈베키스탄의 아프로시압 박물관 등의 환경개선 작업이 2018년부터 2020년 종료를 계획으로 진행 중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건립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국립박물관 인력들에 대한 연수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아프리카로의 지역 확장을 위한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재단의 문화유산 ODA 사업은 이제 도약 단계로 접어드는 시점에 있다. 이러한 사업들의 성과들은 국내·외에서 서서히 인정을 받고 있다. 라오스의 경우, 초반에 한국팀의 젊은 연구자들이 와서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렸던 국제기관 전문가들도 이제는 한국의 키즈들이 왓푸의 리더가 되어 홍낭시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 모범적인 사례가 됐다고 극찬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하였듯이 캄보디아에서도 한국팀의 실력을 믿고 중요한 유적을 맡길 정도가 됐다. 미얀마에서도 한국팀의 업무 수행 과정이 타 국가의 모범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유네스코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국내에서도 재단 문화유산 ODA 사업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대통령께서 직접 캄보디아 1차 사업지를 방문하여 격려하고 우즈베키스탄 아프로시압 박물관을 찾아 사업의 지속 추진을 지시한 점은 국내 문화유산 ODA 사업의 분위기를 바꿔놓은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는 급작스러운 이벤트가 아니라 지난 10년여의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화유산 ODA 사업의 점진적인 발전과 함께 유네스코 무형분야의 NGO로서 재단은 2018년 유네스코 무형유산분야 심사기구로 도약함으로써 또 한 번의 큰 성과를 이루어냈다. 유네스코의 무형유산에 대한 등재 심사기구 중 하나의 기관으로 선정됨은 물론 특히 2019년에는 심사기구의 의장역할을 수행하여 재단의 국제적인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
04_라오스 홍낭시다 석재 보존처리
05_캄보디아 프레아피투 홍보관 개소식(2017)
06_유네스코 무형유산분야 정부간위원회(2018)
07_2019년부터 시작한 2차 복원사업에 포함된 코끼리 테라스
더 큰 꿈을 향한
새로운 도약
2020년은 재단 창립 40주년인 기념적인 해이며, 동시에 재단의 국제협력사업을 총괄하는 국제협력단의 발족으로 문화유산 ODA 사업이 새로운 추진력을 얻고 있는 중요한 해이다. 재단의 40년에 비하면 이제 걸음마 수준인 문화유산 분야 국제협력사업은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사업을 발판 삼아 동남아는 물론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로의 영역과 분야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치료가 필요한 문화유산은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의 손길로 보살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시민으로서 역할을 하고자 재단의 문화유산 ODA 사업은 이러한 세계의 문화유산을 돌보고 치료하는 데 망설이지 않고 앞장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 글. 한국문화재재단 국제협력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