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인간문화재 그 깊이
글. 허주희
사진. 안호성
자료 제공. 법성포단오제보존회
01_영광 법성포단오제 전수교육관
02_숲쟁이 국악경연대회
03_ 용왕제,선유놀이
04_ 부대행사
05_영광 법성진 숲쟁이
06_당산제
세시 풍속의 맥을 잇고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단오축제
영광 법성포단오제
하늘은 드높고 더없이 화창한 초여름, 매년 6월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는 ‘법성포단오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법성포단오제는 예로부터 풍부한 어장을 가진 법성포의 지역성과 전통을 이어오면서 당시의 생활상과 문화적 가치까지 오롯이 담고 있다. 6월 법성포단오제를 앞두고, 사단법인 법성포단오제보존회를 찾았다.
칠산 바다에 돈 실러 나간다
영광 법성으로 돈 실러 가세
이런 뱃노래가 법성포, 칠산 앞바다에 널리 퍼질 정도로, 전통 포구 법성포는 예로부터 돈이 넘치는 어장이었다. 질 좋은 조기가 많이 잡히는 칠산 앞바다에서 법성포로 들어오는 조기배가 시장을 형성하고 수많은 보부상들이 모여들면서 포구가 매우 번창했다.
법성포단오제는 법성포의 ‘파시’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법성포의 ‘파시(波市)’는 영광군 칠산 바다에서 잡히는 조기 덕분에 열리던 임시 난장(亂場)을 말한다. 난장은 조기의 거래를 비롯해 음식과 술, 윷놀이, 투전, 약장사, 국악경연대회 등 놀이와 공연예술까지 포괄한 종합시장이었다. 또 하나, 법성포단오제의 유래로 ‘조창(漕倉)’이 있다. 조창은 지역에서 거둬들인 세곡을 저장했던 창고를 말한다. 법성포는 유교국가인 조선조, 국가의 기반이 되는 세곡을 관장하던 ‘조창’이 있던 곳이다. 거둬들인 세곡을 물길로 운반하는 시점에 ‘숲쟁이’에서 대규모 장이 열렸고 이때 단오제가 생겼다는 설이다. 법성포의 ‘법성’이라는 지명은, 최초로 불법이 들어온 성지라는 뜻의 불교 용어다. 법성포의 뒷산은 ‘인의산’으로, 법성포는 배산임수터다. 인의산에서 ‘인의(仁義)’는 유교의 핵심적인 가치로, 법성포는 유교적 가치를 삶의 터전으로 두고 있는 셈이다.
5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의 맥을 잇는
법성포단오제
“법성포단오제는 단오라는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을 기반으로 각종 전통놀이부터 제례와 연회, 경연대회까지 문화와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축제 한마당입니다. 조선 중기부터 50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이어오며 매년 성대하게 열리는 법성포단오제는 그 전통과 역사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법성포단오제전수교육관에서 만난 법성포단오제보존회 김한균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매년 음력 5월 5일을 전후로 법성포 일대에서 성대하게 열리는 법성포단오제는 영광군을 넘어 남도 지역의 대표적인 단오제 행사다. 그런데 올해는 변수가 생겼다.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전국의 봄 축제를 비롯해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김한균 회장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준비과정이 다소 조심스럽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법성포단오제의 기본 틀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국내의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면서 행사 규모나 내용을 유연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 법성포단오제는 오는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법성면 진내리 법성포단오제전수교육관 일대에서 열린다.
행사 한 달 전, ‘난장트기’로 단오제의 서막 열어
법성포단오제는 ‘난장트기’에서 그 서막이 열린다. 단오제가 열리기 약 한 달 전에 법성포 뒤편 숲쟁이에서 대나무에 옷과 짚신 등을 매단 ‘난장기’를 세우고 고사를 지내는 이른바 ‘난장트기’를 하는 것. 난장트기를 함으로써 단오행사를 미리 알리고 단오제가 무사히 진행되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덧붙여 단오제의 본격적인 준비를 알리는 의식으로, 해마다 군민 및 관광객 수백 명이 공개 행사를 지켜보며 단오제를 한껏 기대하게 만든다. 행사 첫날인 단오 날에는 개막식과 함께 산신제 등이 열릴 예정이다. 단오제 기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지정된 용왕제, 선유놀이, 숲쟁이전국국악경연대회 등을 비롯해 전통줄타기 공연, 농악 공연, 축하 무대 등 신과 인간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가져다주는 수호신에게 감사의 제를 올리고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각종 놀이를 즐기면서 신명 나는 시간을 보낸다.
법성포단오제에는 ‘산신제’를 비롯해 할아버지당산과 할머니당산에서 지내는 ‘당산제’, ‘용왕제’, ‘무속수륙재’ 등 네 가지 의식이 있다. ‘산신제’는 매년 축제가 시작되는 날, 마을 수호신인 산신에게 재앙과 환난을 예방하고 풍요를 빌기 위한 제사다. ‘당산제’는 할아버지당산에서 유교식 제사로 먼저 모신 후 할머니당산으로 간단하게 마친다. ‘용왕제’는 용왕신에게 풍어와 안전한 조업을 기원하며 씻김굿으로 진행된다. ‘무속수륙재’는 한스럽게 죽은 영혼을 위해 연행되는 의식이다.
이처럼 4가지 의식을 중심으로 줄타기, 판소리, 민요, 농악, 전통무용 등의 전통예술과 기예공연이 열리고 그네뛰기, 널뛰기, 씨름, 줄다리기, 창포 머리 감기, 쑥떡메치기 등 군민들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또한 행사 기간, 법성포 앞바다에서는 용왕제를 비롯해 선유놀이가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선유놀이는 옛날 유지 부인들이 ‘걸래’라고 부르던 땔감 운반용 나룻배를 타고 법성진에서 바닷가를 돌며 음식과 가무를 즐겼던 놀이다. 단오제 기간에 바다에서 이를 재현한 ‘선유놀이’가 펼쳐지는데, 이곳만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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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보존회는
앞으로 법성포단오제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더욱 힘을 쏟을 것입니다.
나아가 법성포단오제가 남도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 민속축제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법성포단오제,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23호로 지정
법성포단오제는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23호로 지정되는 결실을 맺었다. 전라남도 서해안의 민속 문화를 기반으로 법성포 지역 주민들이 전승해 온 전통적인 세시 축제로서, 법성포단오제가 그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법성포단오제는 영광군의 민속축제를 넘어 호남에서 전승되는 유일무이한 단오축제이자, 서해안 민속 문화와 지역 전통문화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대다수 지역 축제들이 관의 주도로 치러지는 데 반해, 법성포단오제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열정, 협력으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김한균 회장의 말처럼 현재 단오제를 주관하는 곳은 지자체가 아닌 사단법인 법성포단오제보존회이다. 이곳은 2000년 설립되었으며, 현재 제7대 김한균 회장을 중심으로 이사 및 회원들이 속해 있다. 지난해에는 법성면 진내리에 법성포단오제 전수교육관이 건립되면서 앞으로 법성포단오제의 전승과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07_단오제 행렬
08_법성포단오제보존회 김한균 회장
09_숲쟁이 국악경연대회
10_ 용왕제,선유놀이
국가명승 ‘법성진 숲쟁이’에서 열리는
‘숲쟁이국악경연대회’
법성포단오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숲쟁이국악경연대회’다. 해마다 열리는 ‘숲쟁이국악경연대회’는 ‘법성진 숲쟁이’라는 천연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대회로, 가장 법성포단오제다운 축제마당이다.
국가명승 제22호(2007년)로 지정된 ‘법성진 숲쟁이’는 영광군 법성포 마을에서 지방도로 고개마루 능선을 따라 약 300m가량 조성된 느티나무 군락 숲이다. 진내리 방향의 법성진 성 위에 조성된 숲쟁이는 느티나무, 팽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숲쟁이’란 숲정이의 사투리로, 마을 근처에 조성된 숲을 의미한다. ‘쟁이’란 성(城)을 의미하는 어휘로도 쓰여 ‘숲쟁이’는 ‘숲으로 된 성’을 말하기도 한다. 영광군과 법성포단오제보존회가 주최하는 ‘숲쟁이국악경연대회’는 학생부, 신인부, 일반부, 명인부 부문으로 나눠 진행하며, 해마다 전통국악예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 경연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실력 있는 참가자들이 판소리, 기악, 무용 등 다양한 종목에서 열띤 경연을 펼친다. 어느새 20회를 바라보는 ‘숲쟁이국악경연대회’는 전국의 국악인들이 함께 즐기고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 되고 있으며, 뛰어난 국악인을 발굴하면서 국악의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 민속축제로 자리매김할 것
굴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영광 법성포. 굴비의 고장으로만 알던 영광 법성포에는 ‘법성포단오제’라는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문화유산이 있다.
법성포단오제보존회 김한균 회장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법성포단오제는 그 존재만으로 영광군민들의 큰 자랑이자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개관한 법성포단오제 전수교육관을 기반으로, 법성포단오제가 남도를 대표하는 축제로, 또 대대손손 그 명맥과 가치를 이어가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현재 민간 주도로 법성포단오제를 주최하고 있지만 앞으로 전라남도와 영광군은 물론, 정부의 지원을 적극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보존회는 앞으로 법성포단오제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더욱 힘을 쏟을 것입니다. 나아가 법성포단오제가 남도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 민속축제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법성포단오제는 단순한 상업적 축제가 아니다. 산과 바다, 어장이 풍부한 포구로 둘러싸인 비옥한 고장, 영광군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500여 년의 법성포단오제의 뛰어난 문화 예술적 명맥과 가치가 앞으로 500년, 천년을 이어 흐르기를 기원한다.
- 글. 허주희
사진. 안호성
자료 제공. 법성포단오제보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