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식
국유정담
인간문화재 그 깊이
글. 허주희(작가)
사진. 박원민(사진 작가)
강릉농악
농사의 풍요와 흥을 돋는 최고의 놀이 한판
우리의 소리와 전통문화가 집약된 ‘농악’. 농악은 우리 민족의 삶과 흥을 가 락에 맞춰 신명나게 풀어낸 놀이 한마당이다. 강릉농악은 태백산맥 동쪽 지 역인 영동 농악을 대표하는 농악으로, 농경 생활을 재현하고 있어 ‘농사풀 이 농악’이라고도 불린다. 지난 8월 15일, 강릉농악전수관에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공연 한마당이 열렸다.
01_강릉농악 공연
02_학산오독떼기 가래질 시연
길고 긴 장마가 전국을 강타한 8월. 광복절이자 주말이 겹친 8월 15일, 아침부터 강릉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폭우 속을 뚫고 도착한 곳은 강릉 오죽헌. 강릉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숨결이 깃든 곳이다. 오 죽헌 입구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모퉁이를 돌면 커다란 기와지붕이 멋진 건물이 나오는데, 강릉시 죽헌길에 자리한 강릉농악전수관이다. 점심 때가 지나면서 비가 그치고 날씨가 개었다. 이날 오후 2시 강릉농악전 수관 1층 공연장에서 ‘강릉 愛 四季’라는 이름으로 공연이 열렸다.
농사과정을 재현한 강릉농악, ‘농사풀이 농악’으로 불려
강원도 강릉은 빼어난 경치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해마다 열리는 ‘강릉 단오제’ 역시 유명하다. 단오제가 열릴 때는 농악이 행사의 흥겨움을 더 하며 친목과 화합의 장을 만들고 있다. 강릉농악은 다른 농악과 다르게 농사풀이가 잘 보존되어 있다. 1년의 농사과정을 소리와 몸짓으로 표현 하여 하나의 이야기처럼 관객에게 재미와 흥미를 준다는 특색이 있다. 이날 열린 ‘강릉 애(愛) 사계(四季)’는 제목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 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강릉농악은 ‘농사풀이 농악’으로 불릴 정 도로 우리네 농사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봄을 주제로 한 놀이는, 서 낭굿, 고사반, 소 모는 소리, 물 푸는 소리, 모심는 소리, 영산홍가, 대기 놀이로 이어졌다.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신에게 악귀를 막고 풍년을 기원 하는 서낭굿을 시작으로 농부가 커다란 탈을 쓴 소를 데리고 나와 ‘이럇, 어서 가자’를 외치며 흥미를 돋운다.
신명나게 한 판 벌이는, 농악놀이로 피날레 장식
여름은 ‘정선 아리랑’으로 구성되었다. 정선아리랑은 ‘아라리’라는 이름
으로 정선 지역을 중심으로 강원도와 경북, 충북 등에서 오래전부터 전승
되고 있는 메나리조의 민요이다. 무대에는 소박한 차림의 아낙네 4명이
항아리에 얹은 표주박을 채로 두드리며 장단에 맞춰 정선아리랑을 맛깔
스럽게 부른다.
가을은 1년 농사의 결실을 맺는 계절로, 수확과 풍년의 기쁨을 맛본다.
마뎅이 소리와 난타, 사물판굿, 검무, 호랑이 춤이 신명나게 펼쳐진다.
추수의 감사를 전하고 풍년의 기쁨을 소리로 표현하면서 흥이 최고조에
달한다. 마지막 무대인 겨울에서는 신명나게 한 판을 벌이며, 농악놀이
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날 공연을 위해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관객들
은 열렬하게 박수를 보냈다. 모두가 신나는 마당놀이를 즐긴 후, 무대 앞
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으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강릉농악,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1-4호로 지정
강릉농악은 강원도 영동지역의 대표 농악으로 경쾌하고 빠른 가락이 특
징이며 달맞이굿, 횃불놀이, 다리밟기, 지신밟기, 길놀이 등 다양한 놀이
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강릉농악은 전 과정이 마치 마임을 하듯 춤사위
로 보여주는 농사풀이가 압권이다. 논갈이, 모심기, 김매기, 벼베기, 벼
타작 등의 농사풀이는 강릉농악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쇠, 징, 장
구, 북, 태평소 등의 악기가 나오고 법고, 소고, 무동이 춤사위를 따른다.
강릉농악은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1-4호로 지정되었으며 2014년
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1호 대한민국 농악을 중심으로 한국의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인 강릉농악을 보존하고 전승을 담당하고 있는 곳
이 강릉농악보존회이다. 강릉농악보존회 정희철 회장은 강릉농악 예능
보유자이기도 하다. 정희철 회장은 “강릉농악은 태초의 소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우리 백성의 희로애락이 깃들어있다”
고 말했다.
강릉농악의 맥이 이어지도록 다각도로 노력해 나갈 것
“한국의 농악 중에서 농사 과정을 재현해 놀이로 하는 곳은 강릉농악
이 유일합니다. 강릉농악에서 농사풀이는 추수할 때까지 한 해의 농사
짓는 동작을 다양한 춤으로 표현하는데, 강릉농악만이 가지고 있는 고
유한 특징입니다. 강릉농악은 소박한 농악 가락과 놀이가 마을마다 잘
보존돼 있으며 축제의 흥과 분위기를 북돋아 주는 최고의 놀이라고 자
부합니다.”
올해 여든일곱인 정희철 회장은 5년 전까지도 상쇠로 나서, 선두에서
꽹과리를 치면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강릉이 고향인 정 회장은 자라면
서 마을에서 행해진 농악을 자연스럽게 보고 접했고, 15살 때부터 농악
에 참여했다. 농악과 함께해 온 세월이 어언 60년이 넘는다.
“강릉농악보존회는 강릉농악을 어떻게 알리고 계승, 발전 시켜 나갈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연, 체험, 교육 강사를 파견해, 강
릉 지역 초등학교와 중, 고등학교에서 강릉농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강릉농악보존회는 우리 젊은이들이 강릉농악에 관심을 두도록 노력하
고, 강릉농악의 맥이 이어지도록 계승에 중점을 두고 여러 방향으로 힘
을 모아 나갈 것입니다.”
강릉농악전수관에서는 강릉농악을 보고 듣고 배우고 체험하는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강릉농악이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더 나
아가 세계 속에서 자랑스러운 우리만의 놀이문화로 뻗어가기를 바란다.
03_강릉농악 멍석말이
04_강릉농악 굿거리
05_강릉농악 모내기
06_강릉농악 안택고사
07_강릉농악 출연자 한마당
스마트폰으로 QR을 스캔하면 취재 동영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글. 허주희(작가)
사진. 박원민(사진 작가)
자료 제공. 밀양백중놀이보존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