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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4
문화유산과의 행복한 직면(直面) 소통
글 · 사진. 유동환 교수(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코로나 공존 시대,
코로나 공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일상의 모든 것과의 ‘거리 두기’를 강요당하면서 문화 유산과 직접 만나는 모든 장소와 활동이 잠정적으로 정지되거나 아예 만남의 방법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인간의 사회적 본성과 놀이 본능은 문화유 산 체험에서 비대면을 거부하고, 사람 사이의 연대와 문화유산과의 직면을 강렬히 욕 망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반화된 ‘온라인 체험’의 편협한 연결 방식이 아니라, 제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디지털 문화유산’을 활용해 ‘인간과 인간’ 또는 ‘인간과 문화유산’ 사이의 ‘오프라인과 아날로그’ 직면을 돕는 ‘디지털 대면’ 개념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야 한다.
문화유산과의 행복한 직면(直面)소통
팬데믹 시대, 멈춤과 격리의 장기화
유네스코의 보고서(COVID-19: UNESCO and ICOM concerned about the situation faced by the world’s museums, 2020.5.18.)에 따르면, 지난 4월에는 전 세계 박물관의 약 90%가 폐쇄됐고, 13% 정도 는 영구적으로 폐쇄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국내의 경우, 2020년 2월 이후 전국의 고궁·왕릉·박물관 등 문화유산을 만나는 ‘장소’는 빗 장을 걸었고 최근에야 단계적으로 문을 열고 있다. 문화유산의 유형 중 무형문화유산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무 형문화유산은 인간과 인간이 만나야 실현되는 고유 특성이 제한요소로 작동했다. 무형유산 공연행사의 ‘집단적 신명’과 전수교육 등 ‘도제적 전 승’이라는 ‘현장성’이 잠정적으로 정지되거나 어떤 분야는 완전히 정지 할 수도 있는 위험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화재청 지역문화재활용사업(생생문화재, 향교서 원, 문화재활용, 전통산사) 역시 참가자 수가 거의 97% 줄어들었다. 궁 궐 활용 프로그램 횟수나 참가자 수 모두 비슷한 상황으로, 대부분 정지 상태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문화유산 관광이나 문화상품 판매 분 야로 확대해 보면 거의 명맥이 끊어지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문화유산, 비대면 온라인 접촉의 대유행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의 세계적인 민간 싱크탱크 ‘네스타(Nesta)’는 지 난 4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 대 응 양상 가운데 ‘디지털 정부’와 ‘온라인 공공 서비스 제공’이 급격히 증 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네스코의 조사에서도 대형 박물관들은 필수적으로 디지털 대응 서비 스를 급격히 채택하고 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 고 이러한 현상 속에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인 구글이 ‘웹에 박물관들의 박물관을 만든다’는 목표로 제시한 ‘Google Arts and Culture’ 서비스가 2020년까지 9년 만에 80여 개국, 2,000여 개의 세계적인 주요 박물관 의 문화유산을 초고화질과 가상현실 등의 방법으로 접근하도록 서비스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역시 온라인 문화유산 서비스 를 대대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문화유산채널이나 국립무형 유산원 누리집에서는 인간문화재의 공연과 연희 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디지털 서비스’의 대부분이 ‘랜선 체험’, 즉 집콕 상황에서의 ‘온라인 체험’만 급증하는 현 상이 과연 옳은 방향인가 물어야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 박물관’ 이나 ‘온라인 문화유산 콘텐츠’가 오프라인 문화유산의 확장과 보완인 것은 사실이지만, 온라인 체험은 문화유산 체험의 본질인 ‘신명성’과 ‘현 장성’을 체험시켜 줄 수 있는지 아무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유네스코 의 보고서에서 지적하듯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박물관들은 5% 정 도만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해 온라인 가상공간에 특정 문화유산만 자리 하고 있는 것 또한 큰 문제이기도 하다.
비대면과 일방성을 뛰어넘는 직면 소통의 필요성
문제는 아무리 인간 사이의 밀접 대면 접촉을 막는 팬데믹 시대라고 해 도 인간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 간을 사회적 동물로 규정한 이후,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문화학자 인 호이징가(Huizinga)가 그 사회적 동물이 ‘놀이하는 본성’을 마음껏 발휘해야 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점을 덧붙여 강조했다. 더 나아가 인간인지와 행동 연구는 인간이 다양한 경험(감각, 언어, 지 식, 패턴, 관계, 행위)을 통해서 상호 교감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문화 를 창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과도한 ‘온라인 체험’의 가장 큰 문제는 ‘비대면’과 ‘일방 성’에 있다. 사실 문화유산 체험은 문화유산과 인간 사이의 ‘직면 소통’ 을 통해서 완성된다. 다시 말해, 문화유산에 대한 전시와 체험은 전시 제공자가 기획과 설치 과정을 마친 뒤, 다른 시간대에 관람자들이 방문 하여 문화유산과의 ‘직면’과 인간(유산 전문가나 해설사)과의 ‘대면’에 의해서 체험을 심화·완성한다. 이러한 방식에서 인간의 밀접 접촉이 라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인간 요소를 ‘디지털 콘텐츠’로 대체 하여 ‘오프라인 아날로그’ 체험을 불편하나마 유지해야 감염의 위험에 서 벗어날 수 있다.
디지털 문화유산, 4차 산업기술이 매개하는 직면 효과
‘디지털 문화유산’은 ‘온라인 기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 을 매개로 하는 문화유산과 온·오프라인을 융합하여 인간의 접근성을 제고’하는 종합적 개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특히 ‘비접촉 문화기술’의 가치가 새롭게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직접 접촉이 아닌 손가락 끝 의 피부 습도로 사용자의 선택을 인식하는 기술은 박물관이나 문화유산 현장에 설치된 수많은 대형 영상화면이나 키오스크의 화면 터치로 인한 감염을 크게 완화시키는 데 적용할 수 있다. 비접촉기술을 더욱 발전시킨 동작인식 기술은 기존 체감형 기술에 적용 하던 기술인데 인간 사이의 접촉이 어려운 무형문화유산(무용이나 공 예기술 등)의 행위를 접촉 없이 체험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제4차 산 업기술로 주목 받는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과 디지털 트윈 기 술은 물리적인 사물을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양쪽에서 연결하여 외형 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연결하여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그동안 문화재 청이나 문화유산 기관들이 구축한 3차원 문화유산 정보로 현실과 동일 하게 구축한 가상공간과 문화 유적지 현장을 연결하여 상호 밀접접촉 없이 다양한 체험 시도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4차산업 기술의 총아로 불리는 인공지능(AI) 기술과 홀 로그램 기술을 융합하는 방식도 살펴볼 수 있다. 미국 USC Shoah Foundation의 ‘NDT(New Dimensions in Testimony) 프로젝트’에서 는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들에게 수백 가지 질문에 대한 구술 증언을 녹취해 아카이브로 만든 뒤 인공지능이 이를 학습해 관람자들과 쌍방향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러운 행동까지 보 여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는 우리의 인간문화재의 기 억에 의존하는 정보를 콘텐츠화하는 데 적용해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디지털 기술을 온라인에만 집중하여 문화유산과의 행복 한 ‘직면’과 ‘독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 여 사람 사이의 거리두기는 유지하지만, ‘디지로그 문화유산 콘텐츠’는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해야 한다. 늘 올바른 방향은 ‘융합’과 ‘연대’를 가 리키고 있다.
01_ X-Box 2020 동작인식 체감형 게임
02_ ‘웹에 박물관들의 박물관을 만든다’는 목표로 제시한 Google Arts and Cultrue 컬렉션 화면
03_ 바르샤바 게토 생존자 홀로그램 강연 모습
- 글 · 사진. 유동환 교수(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