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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만남 인터뷰
글·사진. 이종원(서울신문 선임기자)
국가무형문화재 제113호
칠장(漆匠) 이수자 안소라
검거나 붉은 바탕에 화려한 자개 장식의 보석함이나 장롱을 떠올리게 하는 ‘옻칠공예’. 최근 우리 옻칠이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예술 분야로 영역을 확 장하고, 색감과 모양도 현대적으로 바뀌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옻칠’을 현대 감성으로 살려내, 편하게 즐기는 생활 공예로서의 메신저 역할을 추구 하는 이 시대의 작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13호 정수화 칠장(漆匠)의 이수자 인 안소라 작가는 옻칠의 대중화에 힘쓴다.
옻칠의 일상화,
대중화를 꿈꾸는
‘멋질’ 작가
옻칠의 매력에 빠져 시작된 옻칠 인생
“나전칠기를 주제로 과제를 하던 중 마치 숨은그림을 찾듯 옻칠에 담긴 매 력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안소라 작가는 대학에서 문화재보존처리를 전 공해서 옻칠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 지 도교수의 추천으로 정수화 칠장의 제자가 된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작가의 옻칠 인생이 시작됐다. 이수자가 되기까지 7년간 스승 밑에서 옻칠을 배 우면서 옻칠만이 아니라 나전 그림 도안, 나전 기술까지 배울 수 있었다.
옻칠의 대중화를 위해 독립적인 행보를 하고 싶었던 작가는 이수자가 된 이후에 ‘멋질’을 창업한다. 멋질의 이름은 순우리말인 ‘멋’과 ‘짓거리’의 합 성어이다. “전통공예를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발상과 기술개발 을 통해 현대적 추상미를 담은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렇 게 탄생한 ‘멋질’의 첫 번째 제품은 ‘옻칠을 한 전자기타’다. 조금은 파격적 인 콜라보가 내놓은 이 작품에서 ‘전통 공예기법인 옻칠을 어떻게 하면 현대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하는 작가의 고민을 잘 읽을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발상을 근간으로 옻칠공예를 현대인의 취향과 생활방식에 맞는 새로운 공예기법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다.
작품의 제작은 ‘백골’을 만들고 사포로 면을 다듬은 다음 생칠, 정제칠, 건 조 등의 반복되는 공정을 거친다. 칠을 입힐 기물인 ‘백골’은 목수에게 제 작을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독립적인 작품 제작에 한계를 느낀 작가 는 손수 백골을 만들 기법을 연구 중이다.
오롯이 정성과 열정을 담아내다
작가는 “창업을 하게 되면서 옻칠이 왜 좋은지 모르는 고객들이 의외로 많 은데 놀랐다”며 1,000년 넘게 한약재와 도장재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우 리 옻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특히 도장재로써의 옻은 일반 도료와는 크게 다른데 3차원 구조의 견고한 고분자 도막을 형성하여 세월이 지날수 록 강하고 아름다운 색을 발현한다는 것이다. 화학 물질, 염분 등에 강할 뿐만 아니라 멸균 작용도 하는 등 칠에 대한 효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 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작가는 식약처의 테스트를 거친 스승의 재 료만을 사용해서 작업한다.
현재 커트러리 중심으로 생활용품, 식기류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하지만 옻 칠이 소비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종류를 선정하는 폭을 넓힐 계획이다. 옻칠 작업에 쏟는 정성 또한 대단하다. “제품 하나 만드는 데 보통 한 달 반 이상 걸립니다.” 아홉 번 이상 옻칠을 하려면 당연히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한두 번 옻칠 흉내만 내 는 저가의 옻칠 제품이나 수입산과는 가격경쟁을 하기가 어렵다.
안 작가는 “일본만 해도 고객들의 목기를 좋아하는 취향도 있겠지만, 공정 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가격이 비싸도 사야 할 제품은 꼭 구입을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개인 옻칠공방에 대한 관련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후원 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추구하는 목표는 ‘옻칠의 대중화’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품격 있는 옻칠 제품을 사용해 봤으면 합니다.” 경험을 해 봐야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피어나는 특징’을 갖고 있는 옻칠의 진정한 가치와 매력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고객 감성을 꿰뚫어 피어난 작품들
안 작가는 지난 10월 국가무형문화재 공예 분야 이수자 5인이 참여한 ‘창의공방 레지던시’ 과정의 성과물을 영상화한 전시회 ‘이공이공(利空 貽工), 이로운 공간에 장인의 손길을 남기다’를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 에 공개한 바 있다. 전통공예 기술을 활용해 현대 생활에서도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처럼 고객의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은 작가만의 강점이다. 안 작가는 “처음에는 내가 느낀 좋은 점을 더 열정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특정 부분들에 에너지를 쏟았다”면서 상대적으로 ‘옻칠의 대중화’라는 목 표가 생긴 지금은 “작품 전체의 흐름에 따라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고 싶 다”고 말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가 작가의 손을 거칠 때, 더 많은 고객들은 전통 색감 이 주는 심리적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무형문화재 전승자 인터뷰, 취재는 (사)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01_ 안소라 작가의 전자기타 작품 The Frame1
02_ 작품 제작에 전념 중인 안소라 작가
03_ 안소라 작가의 christmas lights
- 글·사진. 이종원(서울신문 선임기자) -